박스오피스 연 평균 25% 성장..할리우드 투자 확대 전망
중국 영화산업이 자국시장의 부흥에 힘입어 할리우드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의 박스오피스가 최근 5년간 연 평균 2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 박스오피스 매출이 지난 2008년 전체 매출과 맞먹는 48억위안(약 8244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현지시간)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박스오피스가 최소 100억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미국 영화산업이 지난해 99억달러(약 670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아직 그 격차는 매우 크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이런 격차가 동남아 시장을 제외한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중국 영화 관련 기업들이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됐기 때문에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디즈니 자회사인 미라맥스 매각 입찰에 중국인 투자자도 끼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비록 중국의 미라맥스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중국 영화 관련 기업들의 해외영화사 인수나 투자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엔젤 윙스 엔터테인먼트의 벤 지 사장은 “중국 업체들은 돈을 갖고 있고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할리우드 영화사 중 일부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할리우드도 전통적으로 해외자금 조달에 관대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차이나필름그룹은 윌 스미스가 제작하고 청룽이 출연한 ‘베스트키드’에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최대 민간 미디어그룹인 화이 브라더즈는 4년 전에 국제부를 신설하고 ‘포비든 킹덤’이나 주윤발과 공리과 출연한 ‘상하이’에 투자했다.
정부도 중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영화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벤 지 사장은 “정부는 전 세계에 중국어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을 보급할 정도로 문화 홍보에 적극적”이라며 “할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적인 보급망과 영향력으로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할리우드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를 인수하는 것은 큰 모험”이라면서 “MGM픽쳐스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40억~45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떠 안아야한다”고 상기시켰다.
홍인 칭화대학 영화방송학과 교수도 “현지업체들은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사를 인수할 자금이 충분치 않다”면서 “독립영화제작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할리우드의 6대 영화제작사는 대부분이 거대한 자본을 갖춘 미디어 그룹의 일부분”이라며 “복잡한 지분관계와 까다로운 법률 때문에 이들을 인수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소재 영화제작사 겸 극장 체인인 스텔라 메가미디어는 최근 홍콩 자회사인 SMI가 호주의 시각효과 및 컴퓨터 그래픽 업체 포톤을 인수하는 것을 승인했다.
스텔라 메가미디어의 친 홍 회장은 “포톤 인수는 스텔라의 제작기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포톤은 할리우드와 좋은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스텔라가 할리우드 제작사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포톤은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오스트레일리아’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슈퍼맨 리턴즈’ 제작에 참여한 업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영화산업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친 홍 회장은 “인수를 목표로 하는 회사가 브랜드, 유통망 및 창조성 등 어느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완전히 준비됐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헐리우드 제작사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영화를 중국문화 홍보에 이용하려는 조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미국 관객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업체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989년 소니가 콜럼비아를 인수했을 때 문화적 침략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인이 경영하고 영화사를 일본 홍보에 이용하는 것을 피하면서 비판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