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 재점화

입력 2010-08-03 16:14수정 2010-08-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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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외환보유액]② "원화의 변동성 커 더 쌓아야" VS "국제 불균형 해소 추가 적립 위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당국 및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의 변동성이 큰 만큼 추가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국제 불균형 해소라는 국제적인 기류에 반하는 만큼 추가적인 적립은 위험하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엔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이란 것이다.

최근 발효된 선물환 규제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한다. 갑작스런 외화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경부의 입장은 다소 애매하다.오는 11월 G20회의 개최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의장국인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세계 6위이고,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은 국제 불균형 완화라는 G20회의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하반기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겠지만 수출이 늘어나고 있고, 꾸준히 유입되는 해외 투자금 등을 고려하면 외환보유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배포한 ‘2010년 7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7월말 외환보유액은 2859억6000만 달러로 지난 6월 말보다 117억400만 달러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GDP의 30% 수준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 규모는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이 2조4543억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이 1조502억달러나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4612억달러, 대만과 인도는 3624억달러, 2757억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 상위 10위 안에는 아시아국가가 7개국이며 나머지는 신흥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다. 서구 선진국 중에선 스위스가 유일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결코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었다.

4월말 외환보유액은 2788억 달러를 돌파하자 외환보유액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여겨지는데도 외화 유동성 부족 사태에 처했던 신흥국이 많았다며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많이 쌓아야 충분한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과다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오는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을 지나치게 쌓지 말자며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주창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9일 한국은행 국제연구팀 박동준ㆍ조석방 과장과 김동우 조사역은 '국제 불균형 조정에 관한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론의 일차적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불균형이란 각국의 경상수지, 통화가치, 투자자금 유출입, 민간 소비와 저축, 외환보유액 등에서 불균형 상태가 고착화되는 것을 말한다.

즉 선진국의 지나친 부채와 소비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신흥국의 높은 저축 성향과 낮은 통화 가치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국제 금융위기를 키웠다는 견해가 있어 이를 바로잡자는 논의가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기구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주장도 역시 강하다.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214억달러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4개월 만에 695억달러가 각각 빠져나가면서 시장이 마비되는 등 충격이 컸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로 유입된 외화가 220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유출은 순식간에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국제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 변동성은 선진국과 주요 신흥시장국 32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올 2분기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 일중 변동폭 및 전일대비 변동폭은 각각 12.8원 및 10.9원으로 전분기(7.1원 및 5.6원)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이렇듯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환보유액 적정선에 대해선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에선 G20회의를 앞두고 무리하게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보다는 미일중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이나 12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공동기금(CMI)'적극 활용 등을 활용해 '가상'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지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과 관련된 잠재된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기에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며 “대내외적으로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20 의장국이라는 중간자적 입장을 취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다소 곤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 이코노미스트는 “적정 외환보유액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답이 없고, 시장 상황이 변화하면서 입장들이 수시로 바뀌는 점들을 고려해 볼 때 과다하다는 논란은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변동성이 워낙에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 역시 큰 폭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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