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1위 브랜드 가치 제로...델·어도비·소니 등
올해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 기업들이 브랜드 명성에 타격을 입은 시기였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대규모 리콜, 원유 유출 등에 연루된 글로벌 유명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 손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투자전문매체 데일리파이낸스는 최근 증권 정보 분석회사인 24/7 월스트리트가 올 상반기 최악의 브랜드 '톱 10'을 선정해 발표했다면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브랜드 가치가 제로로 100% 급락한 영국의 정유회사 BP가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들 10대 기업은 올 상반기 동안 1000억달러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잃었다.
BP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브랜드 가치 전체를 상실한 유일한 기업이다.
BP 경영진은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주유소 역시 상당수의 고객을 잃었다.
BP는 지난달 200억달러 규모의 원유 유출 책임 보상펀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는 BP의 법적 책임에는 한참 미달하는 금액이다.
펀드 조성에 따른 자금 부담으로 BP는 현재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BP의 재정상태가 회복되더라도 브랜드 가치는 향후 수십년간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BP는 세계적인 브랜드 리서치 회사인 브랜드Z 선정 브랜드 가치 1위 기업이기도 했다.
올 상반기 최악의 브랜드 2위에는 브랜드 가치가 44% 하락한 미 컴퓨터업체 델이 선정됐다.
델은 지난 2007년 초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이후로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델의 2010회계연도 매출은 529억달러로 지난 2008년 2월 마감된 회계연도의 611억달러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4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반토막났다.
문제는 매출 부진 뿐만이 아니다. 델은 지난 2007년 오랜 조사 끝에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에도 인텔과의 부정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난 델은 2010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SEC 조사와의 협상 가능성에 따른 예상 비용 1억달러가 포함시키기도 했다.
델은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사기혐의에 대한 합의 협상 중이다.
3위는 애플의 공격에 가장 큰 타격을 입어 브랜드 가치가 43% 증발한 어도비가 올랐다.
어도비의 플래시는 PC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해왔지만 애플에는 통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자사 제품 모두에 어도비의 플래시 기술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올 상반기 브랜드 가치가 42% 하락한 일본의 소니가 4위에 올랐다.
소니는 지난 1990년대 인기가 절정을 이뤘지만 그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회복될 기미 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소니의 2010회계연도에 410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매출 역시 3년 연속 줄어들었다. 이는 TV와 디지털카메라 판매가 부진한데 따른 것이다.
소니의 주력부문인 비디오 게임 부문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브랜드가치도 4억2600만달러로 닌텐도의 위(1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360(46억달러)에 밀리고 있다.
5위는 브랜드 가치가 38% 증발한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차지했다.
골드만삭스는 SEC의 사기혐의 소송에 최근 5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하면서 사건을 매듭지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 부과로 인해 골드만삭스는 고객 유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서명으로 도입 절차를 완료한 금융규제개혁안도 골드만삭스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개혁안 도입으로 골드만삭스의 순익이 15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아이폰 등 경쟁 스마트폰에 밀린 블랙베리 제조사 리서치인모션(RIM), 스마트폰 경쟁에 실패한 노키아, 잇따른 리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존슨앤드존슨(J&J),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대항했던 구글, 대규모 리콜사태를 일으킨 도요타가 10위권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