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그룹 각서까지 써주며 신용등급 유지 요청.. 채권은행들도 '곤혹'
채권은행들이 이르면 다음주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용위험평가가 B등급 이하로 나올 경우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 치열하다.
10일 건설업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이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건설사에 대한 정기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1차 평가는 이달 초 끝냈고 2차 평가는 오는 20일까지 최종 마무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퇴출.구조조정 기업으로 분류되는 건설사들은 사실상 다음주 내에는 최종 윤곽이 드러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과 금융권 내에서는 건설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건설사들이 10여개 안팎이었는데 최근 20여개로 두배나 많아졌다"며 "신용위험평가 발표가 다가오면서 중견 건설업체들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근거없는 설들이 괴담수준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멀쩡한 건설사들도 하루아침에 부실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건설사들의 최대 위기는 사실인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용위험평가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 신용위험평가는 A·B·C·D 등 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C와 D등급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수준을 밟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등급 이상만 받게될 경우 소나기는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들은 모기업이 금융권을 상대로 좋은 평가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약 3~4개 건설사들이 모그룹이 은행에 보증을 서주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면서 C등급을 벗어났다는 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사 모 그룹 임원들이 건설사 신용등급을 유지하면 그룹이 책임지겠다는 연락이 올 때가 종종 있다"면서 "일단 내부에서는 절차대로 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이 그룹이 주거래은행일 경우에는 사실상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 잇따른 문의전화에 '노이로제'
부실 건설업체 골라내기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채권은행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건설사 신용평가 등급을 묻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걸려 오면서 이른바 '신용등급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이 어떻게 나왔는냐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걸려온다"며 "심지어 언론은 물론 건설사 직원들도 기자나 금융권 직원을 사칭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평가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건설사 솎아내기에도 바쁜데 문의 전화때문에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어차피 지금은 금융실명제 법에 의해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규모나 신용등급은 언급하지 못한다. 해당 내용은 금융당국에서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에 차분히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