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에 수급불안 겹쳐..."급락에 대비해야"
원ㆍ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30원 이상 폭등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미국 재정위기에 따른 스페인 은행 국유화 소식과 대북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화가치는 폭락했고, 말 그대로 국내 증시는 고꾸라졌다.
국내 신용부도스와프(CDS) 역시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채권 시장마저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손을 들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고 많아야 10~20원 안팎으로 상승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30원이 넘게 급등했다”며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 어떻게 전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도 초 비상이다.
정부는 전날(25일) 총 30억 달러를 통해 방어태세에 돌입했고 사흘만에 다시 경제금융 합동대책반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미국 시장 등 해외시장의 불안도 있어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며 경제금융 합동대책반 긴급 소집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 역시 지난 25일 환율이 1270원대로 폭등하자 곧바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 가졌다.
이주열 한은 부총재는 "최근 환율 시장의 움직임이 과도하다"며 "현재 원화 유동성 관리를 여유 있게 하고 있는 중"이라고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환율 비이상적 폭등 왜?
환율이 이처럼 비이상적으로 폭등한 이유는 ▲그리스 위기 스페인 등 유럽 전역 확대 ▲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 ▲ 취약한 외환시장에서 무조건 달러를 사달라는 쏠림현상 등 3재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돼 이번 환율 폭등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펀드멘털과 경제성장률, 외환보유고 등을 보면 신흥국가로서의 투자매력이 충분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불안할 경우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지, 당분간 지속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7.8%를 나타냈고 올해 5%대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보유액 역시 2800만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전반적 펀드멘털은 튼튼하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단기적 환율 상승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할 수 있지만 이번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정부가 직접 개입에 나서는가 하면 국내 펀드멘털이 여전히 안정적이고 경기회복세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매력적인 신흥국가로 지켜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오히려 하반기에는 환율이 상승한 만큼 급격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환율 급락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와 대북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알려졌는데 해소보다는 우려가 더 확대된 것 같다”며 “유럽의 경우 독일.프랑스 돈으로 (그리스ㆍ스페인 등) 재정을 매꿔 가고 있는데 과연 이 자금으로 유럽 전체가 버틸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 인 것 같다”고 말해다.
배 책임연구원은 “대북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도 그동안 크지 않았는데 왜 환율 폭등으로 연결됐는지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지금은 오버슈팅일 수 있다. 앞으로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올라가는 것은 빠르게 내려간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관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환율 변동성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선택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번 화폐개혁 실패에 따라 해당 관계자를 실책하거나 (우리나라에) 유감을 표시한다면 다시 안정적일 수 있지만 강경 대응을 고수한다면 당분간 한반도 위협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박사는 그러나 “이번 환율은 스페인 은행 국유화에 따른 유럽재정 위기와 대북 리스크 요인이 한번에 겹치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 같다”며 “한 두달 지나고 하반기부터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환율은 국가의 펀드멘털로 작용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만약 유럽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든다면 환율이 갑자기 확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소 박사는 “올해 국내 환율을 1100선으로 전망했는데 올초부터 지금까지(25일 현재) 환율 평균치는 1138원선에 머물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하방압력이 적용되면서 원화가치가 다시 상승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1110원선에 대한 전망을 수정하지 않는 것도 하반기 영향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그러나 “유럽재정 위기나 대북 리스크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로 인해 환율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생기는 불안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