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5일 35원이나 급등하면서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갔던 주된 이유가 '외국인의 채권 거래'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9.5원 상승한 1224.0원으로 시작하면서 장중 한 때 1270원까지 기록했다. 1250.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한 환율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이는 외국인들이 원화 채권을 순매수하면서 환헷지를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금융시장 충격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서둘러 달러 선물환을 대거 순매수한 탓에 원달러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그간 채권 순매수세를 유지하면서 원화강세를 점쳐온 탓에 환헷지를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원화약세)를 나타내면서 달러 선물환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세를 나타냈던 외국인들은 반대로 채권시장에서는 매수세를 지속해왔다. 24일 국채선물 811계약을 순매수하는 동시에 1조5150억원의 현물을 매수했다. 25일에도 환율급등으로 순매수세가 주춤거리면서 현물 7370억원밖에 사들이지 못했지만 여전히 순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채권을 매수할 때 원달러 환율이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상승세를 잠깐 보이다 결국 하락세(원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 환헷지를 하지 않았다. 원화 국채를 사들이고 달러로 환산했을 때 오히려 환차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예상과 달리 스페인의 재정위기 소식에 영향을 받으며 상승세로 돌아서자 외국인들은 패닉에 빠졌다. 환헷지를 하지 않은 탓에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할 우려가 있자 서둘러 달러 선물환을 대거 매수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인의 달러 선물환 매수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크게 일어났다"며 "달러 매집에 원화가격이 절하되면서 환율이 장중 20원 가까이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급등하자 서둘러 통화금융대책반을 가동해 달러를 추가적으로 공급하고 나섰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35원 폭등하자 시장 개입을 통해 안정화를 꾀하고자 함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날 환율급등은 시장불안과 함께 쏠림현상이 빚어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하락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