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등급 강등우려에 모럴헤저드 논란까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재정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성할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으로 인해 주요국 재정상태가 악화되는 등 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럽 최대 경제국의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될 것이라는 우려에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신중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EU의 중심국가인 독일ㆍ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구제금융기금 조성에 따라 강등될 위험이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유니크레디트의 스테판 콜렉 스트레지스트는 “EU의 구제금융안은 최고수준의 펀지게임과 같다”면서 “부채내용을 악화시켜서 유럽 주요국의 신용등급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구제금융기금은 EU 국가들로 하여금 회원국들의 부실부채를 매입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에 부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린다”고 지적했다.
폰지게임은 1920년대 미국의 찰스 폰지가 고액의 배당금을 약속하면서 신규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의 형식으로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데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채 막대한 규모의 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결국은 일종의 부채 떠넘기기와 같다고 언급했다.
구제금융기금이 오히려 부채를 증가시켜 그리스, 포르투갈 및 스페인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로 몰 수 있으며 유로화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현재 독일 분데스방크, 뱅크오브프랑스 및 뱅크오브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중앙은행이 재정지원안의 일환으로 국채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영국 에볼루션 증권의 게리 젠킨스 스트레지스트는 “구제금융기금으로 인해 유럽에 디폴트 사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졌다”면서도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거대한 규모의 기금 때문에 유럽 주요국들의 신용등급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P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구제금융기금이 유럽 각국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도이체방크의 짐 레이드 스트레지스트는 “구제금융기금은 EU 각국에 막대한 재정지원을 하는 첫걸음이 됐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결정으로 독립성에 훼손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국가들이 거대한 채무에 대한 부담을 덜었기 때문에 모럴해저드 위험이 증가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