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체계 달라 정책효과 미흡…소비자 혼란만 가중"
현 정부들어 물가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기름값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 폐지와 대형마트의 주유소 진출 허용, 공정거래위원회 주유소 가격 담합 조사 등 간접 규제부터 직접적 규제까지 종류만도 10여 가지나 된다.
특히 소비자 가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유사의 석유제품 판매가격 공개의 경우 매번 기준이 강화되다 작년 5월엔 아예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별로 공급가격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는 정유사가 직영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주간 단위 판매가격을 정부에 보고하면, 정부가 이를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opinet)에 공개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공급가격 공개를 통해 정유사간 경쟁을 유도,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던 정책 취지는 과연 효과를 거뒀을까. 아직까지는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정유사마다 유통구조가 서로 달라 정유사별 공급가격이 실제 주유소에 공급되는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에너지의 경우 가격이 낮은 편에 속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물량을 판매대리점인 SK네트웍스에 넘기며서 타 정유사보다 이익을 적게 가져가는 구조다. 결국 SK네트웍스를 거쳐 각 주유소에 공급될 때는 타 정유사와 비슷한 가격을 가져가지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SK에너지의 공급가격이 제일 맞은 착시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는 각 정유사별 유통구조가 달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면서 "그나마 초기 타 정유사의 가격변동 조사를 위해 모니터링을 해왔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정유사별 유통구조의 차이를 모를 경우 한 주유소만 가격을 낮게해 공급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석유제품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 사별 공급가격 공개를 통한 가격 인하 효과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저 공급사와 최고 공급사가 매번 변화하는 것을 보면 정책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금의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제 휘발유가격과 정유사별 공급가격의 등락형태는 기본적으로 유사한 동향을 보였고 주유소가격의 최고와 최저간 가격 차이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경연 관계자는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유사들의 경영실적을 포함한 석유제품 공급가격과 관련된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엄밀한 분석이 요구된다"면서 "대리점과 주유소 등 유통단계별 가격공개 등 다른 정책과 병행될 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