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사…"고기·라면 '더' 담고 냉동식품 '덜' 담아"
경제위기후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확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기·라면은 더 담고 냉동식품은 덜 담는 등 실속형 소비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닐슨컴퍼니와 공동으로 전국 3163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장바구니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장바구니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8년 장바구니에 비해 축산물(10.9%), 수산물(6.8%), 라면(4.8%), 농산물(1.6%) 등이 더 늘려 담겨 있었다.
이에 비해 냉동·냉장식품은 -14.0%, 이미용품은 -12.8%, 주류는 -6.2% 등 줄여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측은 "경제위기로 외식은 줄이고 집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비중이 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최근의 웰빙 트렌드는 냉장·냉동식품의 소비를 줄인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추세는 20~30대 가정 등 젊은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경제위기로 쇼핑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30대 가정은 축산물 소비가 두드러졌으며, 40~50대는 냉동·냉장식품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고 있었다.20대 주부는 축산물(39.4%), 농산물(9.4%), 음료(9.1%) 등의 소비를 늘린 반면 이미용품(-5.7%)은 덜 사고 있었다.
30대 주부 역시 축산물(14.0%), 라면(8.4%), 농산물(6.5%) 순으로 소비를 늘렸고 냉동·냉장식품은 -0.3%로 소폭 줄여나갔다.
40대 주부는 냉동·냉장식품(-23.7%), 이미용품(-17.5%), 음료(-8.2%) 등의 소비를 줄였다. 50대 역시 냉동·냉장식품(-27.4), 이미용품(-20.5%) 소비를 줄였고, 타 연령대에 비해 주류(-16.4%)의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40~50대의 장바구니 무게는 줄었지만, 20~30대는 되레 늘어났다. 경제위기 후 1년간 40대 가정은 -4.0%, 50대는 -1.1%로 장바구니 지출이 줄어든 데 비해, 20대는 8.1%, 30대는 4.2% 늘어났다.
소득계층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었다. 월평균소득 350만원 이상의 가정주부들은 장바구니 지출을 3.5% 더 늘렸고 소득 200만원 미만 가정은 -2.9%, 200~350만원 가구는 -1.4% 지출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위기 전 2008년 평균 구매금액은 2만2088원에서 지난해 2만1979원으로 -0.5% 줄었고, 가구당 평균 구매횟수는 월 9.9회에서 10.1회로 2.0% 늘었다.
지난해 주부들의 생필품 쇼핑장소는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대형마트가 37.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슈퍼마켓은 23.6%, 농수축협은 5.8%, 인터넷쇼핑은 2.2%, 백화점은 2.0%, 홈쇼핑은 0.5%, 편의점은 0.1% 등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슈퍼마켓(-4.1%포인트), 대형마트(-2.0%포인트) 등에서의 생필품 지출비중은 줄어든 반면, 재래시장과 제과점, 정육점 등 단품 매장 등은 3.9%포인트, 농수축협은 2.0%포인트 지출이 늘어났다.
이번 조사는 3000여 가구 주부들에게 영수증 스캐너를 증정하거나 인터넷 기반의 웹다이어리를 작성토록 했고, 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통계치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식료품 및 기초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했으며, 전자제품, 가구, 의류 등 내구재 성격의 일시적인 소비는 분석에서 제외시켰다.
대한상의는 "닐슨컴퍼니와의 업무공조로 우리나라 가정의 생필품 소비실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반기마다 소비자의 구매품목·금액·성향 등을 분석해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등에 유용한 자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