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證, 5위 한국투자 겨냥...동부證, 미래에셋 자리 넘보긴 하는데
증권업계에서 기업합병(M&A)과 증자 등 몸집 불리기로 증권사들의 새로운 판도를 만들려는 시도와 함께 일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상위권 도약을 겨냥한 '천명'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업계 10위권 내의 상위의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업계 순위가 어느 정도 고착화돼 있어 중소형 증권사 대표들의 결의 만큼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2009년 12월) 기준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는 대우(이하 자기자본 2조7190억원), 삼성(2조5498억원), 우리투자(2조3981억원), 현대(2조3869억원), 한국투자(2조1970억원), 신한금융투자(1조7663억원), 미래에셋(1조7400억원), 대신(1조6614억원), 하나대투(1조5185억원), 동양종금증권(1조2700억원) 등의 순서다.
동부증권의 김호중 사장은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사업부문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향후 5년 이내에 증권업계 '탑 7'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리를 빼앗겠다는 것이다.
김호중 사장은 지난해 7월에도 3년 이내에 10대 증권사로의 성장 전망을 밝힌 바 있다. 동부증권은 지난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5016억원으로 업계 순위상 18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동부증권이 목표로 하는 업계 7위인 미래에셋증권(자기자본 1조7400억원)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1조2300억여원 규모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메리츠종합금융과의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 6300억원, 자산 4조5000억원 규모로 업계 13위권 도약과 함께 2015년까지 업계 5위권의 대형투자은행으로의 성장 전략을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최희문 대표로 변경되기 이전인 김기범 대표 시절인 2007년 6월에도 업계 6~7위권 도약을 발표했었다.
당시 6월말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2672억원으로 업계 20위를 차지했으며, 3년이 지난 2010년 2분기(6월말)에 자기자본이 5237억원으로 늘고 업계 순위 16위까지 4계단 올라갔으나 목표로 했던 6~7위권 진입에는 크게 모자랐다.
최근 연임에 성공하면서 증권업계 최장수 CEO가 된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지난해 11월 하나IB와의 통합 1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증권업계 '빅5' 도약을 천명했다.
지난 2008년 12월 하나IB와의 합병을 완료 지으며 자기자본 1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사로 발돋움 한 하나대투증권은 자기자본은 3분기말(2009년 12월) 현재 1조5185억원으로 증가했다.
하나대투증권이 목표로 삼고 있는 업계 5위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당시 한투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1970억원 규모로 하나대투증권과의 격차는 6700억여원이며, 이 회사는 목표 달성을 위해 홀세일 부문은 시장 선두권의 지위 향상과 리테일은 저축은행연계 영업 및 온라인 영업 강화를 내세웠다.
KB투자증권의 김명한 사장은 창간 1주년을 맞이한 2009년 3월에 2013년까지 '빅3' 진입 비전을 알렸다. KB투자증권의 3분기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2956억원이며 업계 1~3위인 대우(2조7190억원), 삼성(2조5498억원), 우리투자증권(2조3981억원)과는 8~9배 수준의 자기자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생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은 업계 순위를 가늠하는 자기자본이 아닌 순이익을 기준으로 내세워 상위권 증권사로의 도약을 목표로한 케이스다.
현재 대우증권의 임기영 사장은 IBK투자증권의 사장이던 지난 2008년 8월 창립기념 간담회에서 2009년 흑자전환과 2010년 1000억원 순이익 달성하고, 출범 3~4년 후 최소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자본금을 확대해 회사를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또한 IBK투자증권의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형승 사장은 지난해 7월 3년내 업계 선두권으로의 도약을 알린 바 있다. IBK투자증권은 창립 첫해 65억원 규모의 순손실이 발생했으며 2009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62억여원을 달성해 흑자전환에는 성공한 상태이나, 대형사 평가 기준인 1000억원 달성까지는 갈길이 먼 상황이다.
한편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몸집을 불리는 부분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자신만의 색깔과 경쟁력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단순 규모 확대로 가는 것 보다는 증권산업 전반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증권업계가 재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겠다는 것은 나름 의미를 둘 수 있겠지만, 비슷한 규모의 중소형사들이 증자 등 단순 자본 확충을 통해 몸집만 불리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