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은행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증권사가 판매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되면서 증권사와 은행간의 전쟁이 막이 올랐다.

증권사와 은행간의 CMA 유치경쟁에서는 증권사들의 CMA계좌 잔액을 시중은행에게 뺏기며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아 금융권의 강자의 위치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증권사와 은행간의 전쟁은 올해 들어 다시 시작됐다. 지난 25일 금융당국이 펀드두자자들도 판매회사를 이동할 수 있는 펀드판매회사 변경제도, 이른바 ‘펀드이동제’를 시행하면서 부터다.

29일 금융당국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이동제 시행 첫날인 25일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옮긴 금액은 총 13억5700만원으로 이 가운데 5억원 가량은 은행에서 증권사로 판매사를 옮겼고 나머지 대부분은 증권사들끼리 이동하는데 그쳤다.

둘째 날인 26일에는 이동 규모가 46억3000만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은행에서 증권사로 판매사를 옮긴 규모도 25억6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제 펀드이동제가 시작한 단계라 아직 증권사로의 쏠림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CMA에서 놓친 승기를 이번 펀드이동제로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돈을 관리하는 곳은 은행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은행과의 거래만을 고집했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변화됐다”면서 “증권사들이 자본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증권사로 이동한거 같다”고 말했다.

B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직접 창구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은행보다는 증권사가 더욱 전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며 “이번 펀드이동제를 계기로 고객들이 증권사로의 이동을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객유치경쟁 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은행간은 ATM수수료 문제로도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증권사들이 현금입출금기(ATM)를 사용할 때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이에 증권사들이 은행 등을 대상으로 지급결제 참가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10개사가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이달 내로 법무법인을 선정하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금결원에 참가금 2차 납부를 해야 하는 오는 4월 이전에 소송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증권사들이 현금자동화기기(CD·ATM)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더 부과하는 '수수료 차등화' 적용을 강행하기로 하고 금결원에 회의 조기 개최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