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영박물관' 아닌 '영국박물관'

입력 2009-11-17 08:43수정 2009-1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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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블룸즈베리에 위치한 영국 최대의 박물관인 대영박물관.

이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보기 전까지만 해도 본 기자는 아무 생각없이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대영박물관에는 'The British Museum' 이라고 명칭이 기재돼 있을 뿐, 그 어디를 찾아봐도 'Empire' 나 'Britain' 이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영어 이름 그대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박물관의 이름은 '영국박물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박물관을 '대영박물관' 이라고 부른다.

'대영'이란 말 그대로 '큰 영국'이라는 뜻이다. 과거 영국이 전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던 시절을 뜻하는 단어이다.

지금의 영국은 이미 작은 영국이 된지 오래다. 영국연방이라고 하지만 이미 각자 독립된 나라로 떨어져 나갔다.

크레이트브리튼섬(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과 아일랜드 섬 부쪽의 북아일랜드로 이루어져 있는 영국은 약 24만4800킬로제곱미터로 우리 남북한을 합친(약22만제곱킬로미터) 것 보다 조금 넓을 뿐이다.

나라도 결코 크지 않은데다, 정작 당사자들도 그냥 영국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러 왔을까?

일본인들이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렀고, 일제 강점기를 지낸 우리 역시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미국팝아트 거장 Andrew Warhola(1928~1987)의 작품 중 동해를 일본해로 그린 것이야 그가 이미 현존 인물이 아니다 보니 그렇다 치자.

독도와 동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일제 강점기 유산중 하나인 '대영'이라는 단어를 영문도 모른체 사용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할 뿐이다.

또한 그 옛날부터 전 세계를 돌며 약탈한 수많은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곳에 굳이 '대영'이라고 부를 이유도 특별히 없다.

정작 당사자들도 영국박물관이라고 부르고 있는 만큼 더욱 우리도 정식명칭을 '영국박물관'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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