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발표시기 앞당기고 인상요인 불구 가격 동결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인 SK가스가 다음달 LPG가격을 동결키로 전격 결정했다.
그러나 매달 말에 통상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던 SK가스가 일주일이나 빨리 가격결정을 한 것에 대해 LPG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가격결정 요인 중 국제LPG수입가격만 확정됐을 뿐 환율, 운송비 등 다른 요인들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윤추구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결정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10월부터 국내 충전소에 공급하는 LPG가격을 이달과 마찬가지로 가정용으로 주로 쓰는 프로판가스는 ㎏당 832.08원, 부탄가스는 ㎏당 1226.46원(자동차용 부탄가스 ℓ당 716.2원)을 유지키로 했다.
가스업계는 당초 국제 LPG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프로판 및 부탄 각각 톤당 75달러 상승)한데다 환율 등의 영향으로 원가인상 요인이 ㎏당 약 170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10월 국내공급가격 결정에 영향이 큰 9월 LPG수입가격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로판가스의 경우 t당 565달러, 부탄가스 t당 595달러로, 전달대비 각각 75달러나 올랐다.
SK가스 관계자는 "LPG가 택시 등 주로 서민들의 자동차 및 취사·난방용으로 사용되는 연료인 만큼, 서민들의 물가 안정 차원에서 10월 공급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업게에선 통상적으로 국내 LPG공급가격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매달 초 국제LPG가격을 통보하면, 수입가격과 환율,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E1과 SK가스 등 수입업체들이 매달 말에 공급가격을 결정,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SK가스는 경쟁사인 E1의 공급가격 결정 과정을 본 뒤 최종 가격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고 지난달 31일에는 LPG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가 E1이 동결을 결정하자 다시 동결로 선회, 각 충전소에 수정 통보한 바 있다.
따라서 가격결정 요인 중 국제LPG수입가격만 확정됐을 뿐 환율, 운송비 등 다른 요인들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SK가스가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담합조사와 함께 최근 물가안정에 치중하고 있는 정부 정책의 압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LPG업체들이 6년여에 걸쳐 충전소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에 대해 내달 과징금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따른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해 12월에도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LPG업계에 가격인하 요청을 해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 각각 ㎏당 100원을 인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례적으로 월말이 아닌 12월18일 가격 인하를 결정,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SK가스 관계자는 "다음달 초에 추석 명절도 있고 해서 가격을 빨리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가스의 LPG 공급가 동결 결정은 E1 등 다른 업체들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PG 시장의 특성상 한 업계가 가격을 동결한 상황에서 인상요인만을 두고 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수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SK가스가 가격 동결을 결정한 이상 이를 감안해 가격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