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익구조 '브로커리지'→'채권운용'으로 변화 중

입력 2009-08-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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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평 "위탁영업과 채권운용에서 보완적 실적 유지해야"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가 종전 주 수입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에서 채권운용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과거에 비해 활발한 채권운용으로 증권사의 이자수익 규모가 크게 증가해 증권사 수익 구조의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신용평가는 24일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증권사의 수익구조 변화'라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구조가 위탁매매영업에서 채권 운용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로부터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의 매매를 위탁 받아 거래를 성사시킨 후 수수료를 수취하는 영업은 대다수 국내 증권사의 핵심영업이다.

이른바 '브로커(Broker)'로서 증권사는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수수료를 받는 매우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왔다. 증권사 위탁매매 영업은 이에 경기침체기에도 일정 수준의 거래대금을 유지하며 안정된 수익 기반이 됐다.

실제로 올 2009년에도 증권사 위탁영업 실적의 경우, 역사상 유래가 없는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사실 2008년 신설 증권사의 시장진입과 함께 일부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는 증권사 전반에 걸친 수수료 경쟁으로 확산되고 금융위기 심화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와 맞물려 증권사의 위탁영업 실적이 크게 저하될 수 있었다.

그러나 거래대금 증가가 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상쇄함으로써 실적 저하를 누그러뜨린 셈이다.

한신평은 그러나 증권산업은 경기연동형 산업으로 실적의 부침이 비교적 큰 편이라며 증권사 위탁영업의 위험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시황에 따라 수수료의 규모에 부침이 있어 증권사의 실적변동성 확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상승하는 기간, 즉 경기상승기에는 투자자의 주식거래가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이익이 증가하는 반면 경기하락기에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거래대금이 감소하여 위탁영업에서의 실적 부진을 증권사들이 그동안 반복해왔기 때문.

한신평은 경기부침에 따른 실적의 변동성은 증권산업이 갖는 본질적인 리스크로 인식돼 왔다며 증권사들은 최근 4~5년간 이러한 실적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신평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위탁매매 영업에 국한된 국내 증권사 사업구조의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 역할을 담당했다며 증권사들의 채권운용 증가와 이자수익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통상 증권사 이자수익의 주된 원천은 예치금, 콜론,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등 개별 증권사의 영업전략과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신용공여 업무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과 채권운용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한신평은 국내 증권사들이 과거에 비해 활발한 채권운용으로 이자 수익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며 증권사 수익 구조의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에는 증권사 전체의 이자수익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6년부터 증권사 전체의 이자수익은 2조원을 상회하기 시작, 지난해 사업년도에는 무려 5조8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삼성ㆍ대우ㆍ한국투자ㆍ미래에셋ㆍ굿모닝신한ㆍ현대증권과 같은 6개 대형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이자와 대출금이자, 채권이자수익은 매 회계년도를 지날때 마다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한신평은 이러한 이자수익 규모의 증가는 주식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짐과 동시에 신용거래와 주식담보대출 등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채권의 운용규모가 크게 증가한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RP거래 또는 CMA 영업을 크게 확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RP거래나 CMA영업의 경우, 자산운용 또는 자산관리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증권사의 사업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그러나 채권운용 규모의 확대와 함께 수반되는 레버리지의 상승 자체만으로 증권사의 신용 위험이 증가했다고 해석하는 데에 다소 무리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RP거래에서 채권은 신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국공채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채권은 본질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상품이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직후처럼 급격한 시장금리의 상승 시점에서는 유동성 위험과 맞물려 대규모 평가 및 거래 손실로 전이될 수 있다.

반면 대체자금조달 능력이 우수한 증권사가 운용채권의 듀레이션을 적절히 조절하거나 헤지를 통해 금리변동성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채권운용은 오히려 증권사의 경기 대응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신평은 바로 이러한 채권이 갖는 특징에 의거, 채권 투자의 확대를 통한 경기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동 위험에 적응하는 법을 깨쳤다고 평가했다.

경기침체기 국면에는 위탁영업이 부진한 반면 정책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채권에서의 운용성과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경기상승기에는 위탁영업이 호조를 보이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금리는 상승 전환하게 되고 채권의 운용성과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신평은 이와 같이 경기의 상승과 침체기를 거치면서 위탁영업과 채권운용에서 서로 보완적인 실적이 유지될 경우,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점차 더욱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나 채권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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