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실적 부진 원인 높은 후판가격 탓"-한신정평가

입력 2009-08-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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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금 감소 및 파생금융 상품 정산 등 순차입금도 급증

국내 주요 대형 조선사들의 상반기 실적 부진의 주된 배경은 다름아닌 높은 후판가격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신정평가가 24일 국내 대형 6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STX조선의 상반기 제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조선 업체들의 영업실적은 전년동기에 비해 크게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수년간 지속적인 선가 상승으로 높은 수준의 선가가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이 저하된 주 요인은 높은 후판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한신정은 평가했다.

한신정은 이에 조선사들이 고가로 구입한 후판이 생산에 투입되면서 발생한 제고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며 올들어 경기침체 여파로 후판 가격이 하락 추이로 접어들었지만 가격 하락에 따른 혜택은 정작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성훈 한신정 기업평가1실 책임연구원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대형 조선사의 설비확충과 신생조선사의 설립, 중국 조선산업의 급격한 발전 등으로 조선용 후판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특히 신생 조선사의 경우 후판을 적시에 조달하지 못해 배를 건조하지 못할 위험에 직면했고 금융권에서는 설상가상으로 확보한 후판을 선수급 환급보증보험(RG) 발급 기준으로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수급불균형, 철광석 및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후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추이를 나타내자, 조선사들은 후판 구입량을 크게 늘렸고 올들어 후판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여전히 고가로 구입한 후판이 제조 원가로 반영돼 이들 조선사들의 영업실적에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국내 6개 대형 조선사들은 이 기간 후판가 상승으로 영업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데 이어 급격한 유동성 자산 감소에 따른 순차입금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현상의 주 요인은 선수금 감소, 매출채권 증가, 파생금융 상품 정산 등에 따른 결과라고 한신정은 지적했다.

먼저 선수금은 과거 수년간 조선사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준 주요 근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는 수주 잔량에 비례해 증가하고 반대로 수주 잔량이 감소하면 줄어든다.

선수금은 물론 선박계약 조건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지난 2005년 이후 조선사들은 평균 수주 잔량의 20% 전후 수준의 선수금을 계상해왔다.

그러나 세계 1~3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차도 올해 신규 수주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신조선 발주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 선수금은 빠르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정 연구원은 "작년 금융위기 이후 선수금 비중이 낮은 Heavy-Tail 방식의 계약이 조선업체와 선주간 계약 조건으로 빠르게 증가한 점, 조선사들이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진행해 총 생산 능력이 과거 대비 빠르게 확충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선수금 감소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선박건조 진행 정도에 비례해 증감을 기록하는 매출채권 역시 증가세를 나타내 순차입금 증가에 주된 요인이 됐다.

한신정은 이와 관련, 선박인도 시점에서의 선박대금 수령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대금수령 방법에 따라 이자비용 등을 선가에 반영해 결과적으로 선주와 조선소 입장에서 선가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금을 인도 시점에 수령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조선사는 유동성을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

선주들의 선박대금 지급 연기요청도 매출채권 증가로 이어져 순차입금 증가를 불러왔다. 이 또한 조선사 입장에서는 선박 대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매출 채권 누적으로 이어져 자금 부담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한신정은 대형 조선사들의 파생금융상품 정산도 지난해 금융위기와 같은 특수한 환경하에서는 조선사에 상당한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사는 원칙적으로 선박대금의 유입 시기와 파생금융상품의 만기 시점이 일치하도록 계획해 상품에 가입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존재한다.

최근 금융위기와 같은 유동성 측면에서의 선박대금 수령 시기와 파생상품 정산 시기의 차이로 현금의 '미스매치' 문제가 대두된다.

이 경우 조선사는 선박대금보다 파생금융상품을 우선적으로 정산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한신정은 설명했다.

물론, 우선적인 파생금융상품의 정산에 따른 현금 유출은 선박대금을 수령하게 되면 일시적인 문제로 그칠 수 있겠지만 지난해와 올 상반기의 경우 파생금융과 관련한 손실이 환율이 급격한 변동과 맞물려 워낙 대규모로 발생해 조선사의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신정은 따라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유동성 자산 확보 수준과 조달 능력에 따른 대응력 차별화 정도에 재무 위험이 낮아지거나 혹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한신정은 이 같은 조선사 자금조달 여건의 악화로 중소형 조선사들의 영업 환경은 당분간 불리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며 조선경기 침체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이 같은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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