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규제 약발 안 먹히네"..금감원의 '고민'

입력 2009-08-20 16:12수정 2009-08-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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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검토

그동안 은행창구 지도를 통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유도해오던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부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를 종전 60%에서 50%로 낮췄음에도 치솟는 주택 가격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규제 완화 일변도의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금융 당국이 처음으로 'LTV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LTV 규제와 관련해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이례적으로 외국계 은행장들을 불러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경고의 메세지를 날리는 등 규제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비판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메시지에 금감원이 드디어 추가 보완책을 마련했다.

20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현재 시중 은행들이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하는(후순위)' 것에 대해 위험 가중치를 선순위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려 은행권의 대출취급 부담을 올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들은 "그동안 선ㆍ후순위 구분없이 일괄 적용되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앞으로 후순위 주택대출에 대해 75%로 상향하는 내용의 '은행업감독업무 시행 세칙'을 입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시행 세칙이 적용되면 후순위 주택담보대출 위험 가중치가 상향 조정될 수 밖에 없어 향후 시중 은행들의 후순위 주택대출 영업시 각 은행의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바젤Ⅱ 표준안에 따르면 LTV 60% 이하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선순위와 후순위 둘 다 위험가중치 35%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앞으로 후순위에 대해선 75%를 적용해야 한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에 있어 선순위와 후순위는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에는 아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장 불안 요인이 증가하게 되면, 일례로 부도 위험이 높아졌을 때 선ㆍ후순위간 회수율 차이기 클 수 밖에 없어 위험가중치를 차등화 하려는 것"이라고 시행 세칙 입안 배경에 이처럼 답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의 선후순위간 위험가중치를 차등화시켜 은행들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A라는 고객이 '갑'은행으로부터 선순위로 일정 금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선순위)난 이후 LTV 한도가 남아 있는 관계로 '을'은행으로부터 추가로 주택 대출을 받고자 할 때(후순위), '을' 은행은 높아진 위험가중치를 적용받게 돼 A 고객에게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한 것.

'을' 은행이 높아진 은행가중치를 감수하고서라도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에 나서게 되면 바젤Ⅱ 표준에 의거해 자본금을 더욱 쌓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금감원의 조치로 풀이된다.

A 고객은 따라서 LTV 한도가 남아있더라도 추가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힘들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중 은행들이 회수가 불확실한 중기 대출은 외면한 채 담보 회수가 용이한 주택대출에만 무분별하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잇따른 지적에 사실상 금감원 나름의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건전성 훼손 우려와 함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물론 현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후순위 주택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 수준에 불과하지만 잠재적 집값 상승 요인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당국은 시중 유동성의 일부 자산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을 차단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개정된 시행 세칙이 적용될 경우, 은행들은 앞으로 유동성리스크 관리전략 등을 이사회로부터 승인받고 수시로 유동성 현황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위기상황분석을 실시, 그 결과를 유동성리스크 관리 전략, 리스크 허용 한도, 비상조달 계획 등에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향후 이 같은 내용의 '은행 유동성리스크 관리 기준'을 포함, 은행권 경영실태평가에 평가 항목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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