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중국 BYD의 질주, 한국차의 방패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올해 약 6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BYD는 유럽(헝가리ㆍ터키)과 동남아(태국ㆍ인도네시아ㆍ캄보디아) 지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거나 확대하며 관세·보조금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단순 수출을 넘어 글로벌 현지에서 ‘제조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한국·일본·독일 등 기존 완성차 강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BYD는 올해 1~4월 전년 동기 대비 43.2% 증가한 약 124만2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조차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포드가 가격 압박에 생산 일정을 연기했고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위협은 단순한 ‘저가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BYD는 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부품 대부분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완성차이자 배터리 공급사인 셈이다. 이는 공급망이 불안정한 시기에도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케 한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의 사용자경험(UX), 빠른 제품 전환 속도 등에서 중국 전기차는 이미 테슬라를 벤치마킹한 뒤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과거 ‘카피캣’이라는 조롱을 들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기술력과 기획력을 두루 갖춘 독립된 경쟁자로 부상했다. 샤오펑, 니오 같은 기업은 자율주행 기술과 구독형 배터리 교환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며 기술 중심의 브랜딩 전략도 동시에 펼치고 있다. 단순한 동력 성능이나 디자인이 아닌 디지털 경험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 충전 인프라 접근성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 완성차 업계는 ‘튼튼한 차’, ‘품질’, ‘브랜드’에 기대어 왔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역량에서 한국기업이 여전히 중국 스타트업보다 느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가 2000만 원대 중후반의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한국차의 고가격 구조도 부담이다. 브랜드 전쟁 또한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 유럽 시장에서 전용 딜러 네트워크 확대, 런던·파리 등 주요 도시에 체험형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니오는 유럽에서 ‘니오하우스’라는 브랜드 체험 공간을 운영 중이며 BYD는 포르쉐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면 승부가 아닌 전략적 차별화다. 애프터서비스(AS) 서비스, 내구성, 안전성 등 중국차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배터리 내재화와 플랫폼 혁신,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기에 정책 환경도 중요한 변수다. 유럽연합은 중국 전기차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으며 미국도 중국산 전기차의 진입을 규제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러한 규제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값싼 차로 시장을 흔들기는 쉽다. 하지만 브랜드와 품질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한국차가 단순한 ‘방어’를 넘어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 그 전략의 방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단순한 저가 공세가 아니라 속도와 혁신, 유연함을 무기로 무장한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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