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표류’ KDDX 사업…HD현대·한화오션 갈등 조율 ‘시험대’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갈등
전문가 "정부 합리적 기준 없어"
"시장의 실패 아닌 정부의 실패"

▲방위사업청 대전청사. (연합뉴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갈등을 중심으로 장기 표류하면서 방위사업청의 중재 역할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업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부의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KDDX 사업자 선정 절차는 당초 지난해 8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2023년 말 기본설계가 완료된 후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갈 계획이었지만, 양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사업은 현재까지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KDDX는 국내 기술로 2030년까지 6000t(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총 7조8000억 원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이다. 사업 단계는 크게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었던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각각 맡았다.

그러나 이후 사업 방식에 대한 이견이 불거졌다.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 방식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요구하며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사업은 1년 반 넘게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까지 겹치며 올해 4월 말 열린 방사청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KDDX 관련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갈등이 장기화하자 업계는 방사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갈등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 방산 3사(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가 서로 관계를 꺼리게 된 상황”이라며 “조선업 호황으로 국내 방산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해진 만큼 방사청이 중재에 실패할 경우 국가적으로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33조 규모 캐나다 잠수함에 공동입찰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방사청의 조율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KDDX 사업에서도 정부의 조정자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경쟁입찰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양사의 치열한 수주 경합은 불가피하지만 그에 걸맞은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조정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 해양 방산 생태계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석종건 방사청장이 조만간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신임 청장 체제에서 KDDX 사업자 선정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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