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3일 대선 결과에 따라 현행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계는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식 공약집에서 금융위의 감독 기능과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의 권한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조직 개편의 세부 방향이 불분명하지만,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시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초긴장 상태다. 당국 내부에선 “선거 후 조직이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 업무보고조차 공약집 기준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금감원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감독 정책과 집행이 분리돼야 제대로 된 감독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소비자보호처에 검사 권한이 부여되면 위상은 물론 실질적인 영향력도 커진다. 반면 금융위는 말을 아낀다. 인허가, 제재, 불법조사 권한까지 떼어내면 정책 권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의 금융위-금감원 체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만들어졌다. 직전 노무현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로 운영했다. 정책과 감독 기능을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들어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조직을 다시 나누자는 논의는 이어졌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편론은 되풀이됐지만, 실제 실행된 적은 거의 없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던 셈이다.
우려되는 건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기획재정부 개편의 부속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를 부활시키겠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넘기고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개편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감독체계 개편이 '기재부 대수술'의 한 갈래로 비치고 있다는 시선이 짙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시장 발전과 소비자 보호라는 본질적 목표에 맞춰 능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정치권의 구상에 따라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개편은 오히려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개편의 목표는 조직 그 자체의 재배치가 아니다.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화롭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