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앞두고 거취 결정” 평가⋯尹부부 수사 부담 컸다는 분석도
법무부가 사직서 수리 여부 최종 결정⋯둘 다 공수처에 고발돼 수사중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가 이례적으로 동반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이 술렁이고 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스스로 거취를 정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공천개입 의혹 등 주요 수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탄핵 소추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어 건강이 안 좋았다. 복귀 후 주요 현안을 챙기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조 차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표면상 이유는 건강 문제였지만, 중앙지검 지휘부가 동반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조기 대선 정국에서 공천개입 의혹 등 주요 수사가 산적한 상황이라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인사를 낸 게 중앙지검장”이라며 “이번에도 예견된 수순이니 어차피 떠난다는 생각으로 먼저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탄핵심판을 거쳐) 업무에 복귀한 직후 그만둔다고 했었는데 시기가 조금 늦어진 것”이라며 “정권이 교체되면 물러나야 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생각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각각 성남지청장과 성남지청 차장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이 지검장은 2020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총장의 입’인 대검 대변인을 지냈고, 조 차장은 2016년 윤 전 대통령이 수사팀장으로 있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근무해 검찰 내에서 ‘윤석열 키즈’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명태균 씨 공천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모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돼 있는데, 대선 전 무리해서 수사를 벌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고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 여사에 대한 재수사에 나선 것도 두 사람에겐 난감할 것이란 분석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해 탄핵까지 연결됐는데, 재수사 결과에 따라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두 사람은 당장 떠나지 않고 6월 초까지 출근하며 남은 현안을 정리할 예정이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 등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천개입 의혹 수사팀이 대선 전 김 여사 소환을 그대로 밀어붙일지 고심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나서면 무얼 하나, 어쨌든 대선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은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의 사직서 수리 여부는 법무부가 최종 결정한다. 검사징계법상 검사가 퇴직을 희망하면 법무부 장관은 징계 사유가 있는지 확인한다. 현재 대검에서 두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징계 절차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점은 변수다. 국가공무원법상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에는 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표 수리 여부 관련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지검장 등 본인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검사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민주당도 김 여사의 도이치 사건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이 지검장‧조 차장 등 수사팀을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