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 질타' 발전 5사 체제 대수술 예고⋯통합 수면 위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기후부 "내년 하반기 구조조정 방향 확정"
방만 경영 우려·지역 반발은 숙제

이재명 정부가 2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전력 산하 발전 5개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체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통합)을 예고했다. 과거 민영화를 전제로 단행됐던 인위적인 분할이 실질적인 경쟁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조직 비대화와 노동 현장의 안전 저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과거 독점 체제로의 회귀에 따른 비효율과 본사 이전을 우려하는 지자체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후부 대상 업무보고에서 발전 5사 체제에 대해 "왜 이렇게 나눠놨는지 의문"이라며 발전 5개사 존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이 "당초 민영화를 시도하다가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 등을 보고 멈춘 결과"라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결국 (경쟁은 안 되고) 공기업 사장 자리만 5명 생긴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2001년 구조개편 당시 한전에서 발전 부문이 분사된 이후, 민영화가 중단된 상태로 20년 넘게 방치된 '기형적 구조'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현재 전력 시장은 한전이 전력을 독점 구매하는 구조여서, 5개 발전사가 나눠져 있다고 해도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오는 내년 하반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구조조정 방향을 확정할 것"이라며 발전 5사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통합론을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노동자의 안전'이다. 이 대통령은 "경쟁을 시키니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그 결과 산업재해가 많이 나는 것 아니냐"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그간 발전사들은 경영 평가 점수를 위해 위험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유사한 연구개발(R&D) 및 해외사업에 중복 투자하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합론의 또 다른 배경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급한 과제가 있다.

현재 발전 5개 사는 석탄화력발전이 주력 사업이다. 정부 계획대로 '2040년 석탄발전 제로'를 달성하려면 질서 있는 퇴장과 함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5개 사가 각자도생하는 현 체제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인력의 재배치 문제 등을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합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거대 독점 공기업의 탄생'에 따른 부작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이 사라진 거대 통합 발전사가 탄생할 경우 과거 한전 시절의 방만 경영과 무사안일주의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경쟁 체제가 있었기에 그나마 발전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있었다"며 "단순 통합은 자칫 조직의 비대화만 초래해 '도로 한전'의 비효율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균형 발전 문제도 뇌관이다. 현재 발전 5개사는 혁신도시 정책에 따라 경남 진주(남동), 충남 보령(중부), 충남 태안(서부), 부산(남부), 울산(동서) 등 전국 각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통합 시 본사 통폐합이 거론될 수밖에 없어 해당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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