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회담도 주목…관세 인하 후속 협의 관심

한국과 미국의 통상 수장이 16일 제주에서 머리를 맞대고 한미 통상 협의를 벌인다. 이에 지난달 워싱턴 '2+2' 통상 협의에서 합의된 7월 8일 시한의 '줄라이 패키지' 타결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5~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양자회담을 벌인다.
올해 10∼11월 개최 예정인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 통상장관을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이 대거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시기적으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확산 속 주요국 통상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기이 때문에 회의장 밖에서 미중, 한미, 한중, 한일, 미일 등 다양한 조합의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통상장관' 직함을 가진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로 나서지만, 통상 정책 수장인 안 장관은 16일 그리어 대표와 따로 한미 양자회담을 진행한다.
현재 한미 통상 당국은 지난달 워싱턴 '2+2' 협의에서 정한 7월 8일을 협상 시한으로 두고 '패키지 딜'(줄라이 패키지) 타결을 위해 관세·비관세,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제를 좁혀가며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한국은 물론 중국, 인도, 일본 등 18개 주요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병행하는 등 물리적인 여건으로 협의 진행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사퇴로 2+2 통상협의에 비상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안 장관이 통상 관련 협의는 주로 맡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의 주요 인물이 사라진 점은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고위급 양자회담이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줄라이 패키지' 타결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번 양자회담에서 한국은 미국 측에 조선, 에너지 등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하면서 25% 상호관세의 면제와 자동차, 반도체 등에 부과되는 관세를 낮추기 위해 협상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이달 들어 영국과 첫 무역 합의를 이룬 데 이어 중국과의 협상을 타결 짓는 등 적극적인 협상 기조를 보여 한미 통상 협의 결과도 기대를 모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한국은 정부 교체기이지만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에 매우 좋은 제안을 갖고 왔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기존에 제안한 조선 등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미국이 밝혀왔던 긍정적 평가를 다시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한국의 에너지, 산업 등 협력 제안에 지속해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상황이다.
우리 통상 당국은 6월 대통령 선거 등 정부 교체기를 앞두고 한미 통상 협의를 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미국과 2+2 통상 협의 결과, 절대 대선 날인 6월 3일까지 관세 협상의 결론을 낼 수 있는 절차적 준비가 안 되어 있다"라며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한미 간 관세 협상을 마무리짓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는 12일(현지시간) 전격 합의를 도출한 미국과 중국 양자회담을 통해 추가 관세 인하나 수출통제 등과 관련한 진전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미중은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담에서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P) 내리기로 합의하고 대중, 대미 관세를 각각 30%, 10%로 낮추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