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 일본 업체 통해 美 제재 우회…엔비디아 최신 칩 1.5만 개 사용

일본 데이터섹션, 제3자 경유 ‘블랙웰’ GPU 대여
미국 수출통제 피해 ‘컴퓨팅 파워’만 빌려 쓰는 전략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대표 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가 일본 업체를 통해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케팅솔루션 기업에서 지난해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로 급선회한 일본 ‘데이터섹션’은 최근 한 대형 고객사와 12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데이터섹션이 보유한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프로세서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3자를 통해 데이터섹션과 계약을 맺은 고객사는 텐센트다.

이번 계약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술기업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첨단 AI 칩 성능을 활용하는 지정학적 묘수를 보여준다고 FT는 설명했다. 칩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해외에 있는 칩의 ‘연산 능력(컴퓨팅 파워)’만 빌려 쓰는 방식이다.

이시하라 노리히코 데이터섹션 최고경영자(CEO)는 “불과 반년 전만 해도 AI 모델 구동에 B200 칩 5000개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최소 1만 개가 필요하다”며 “정말 미친 비즈니스”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데이터섹션은 미국 코어위브, 유럽 네비우스와 함께 ‘네오클라우드’로 불리는 신흥 AI 인프라 사업자로 떠올랐다. 네오클라우드는 엔비디아 GPU를 확보해 글로벌 빅테크에 임대하는 사업형태다. 데이터섹션은 텐센트와 직접 계약하는 대신 도쿄 소재 기술 기업 ‘나우나우(NowNaw)’를 파트너사로 끼워 넣어 개별 고객의 데이터 보안을 유지하는 구조를 짰다.

당초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는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우회로를 차단하려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관련 규칙을 폐기하면서 구멍이 생겼다. 데이터섹션은 그 직후 오사카 계약을 신속히 마무리 지었다.

FT에 따르면 현재 오사카에 있는 데이터섹션의 약 1만5000개 엔비디아 칩 대부분은 3년 계약으로 텐센트에 할당됐다. 이시하라 CEO는 ‘주요 고객’이라는 표현만 사용하면서 텐센트와의 계약을 확인하지 않았다.

데이터섹션은 엔비디아 프로세서 10만 개 이상을 갖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계획 중이다. 최근에는 호주 시드니에 8억 달러를 들여 제2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합의했다. 이곳에는 미국이 중국 판매를 불허하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 B300 수만 개가 배치될 예정이다. 소식통들은 호주 시설 역시 향후 수년간 텐센트가 주도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데이터섹션 주가는 올들어 185% 가까이 폭등했다. 하지만 과잉 투자 우려와 공매도 세력의 공격으로 주가가 여름 고점 대비 반토막 나는 등 변동성도 크다. 10월 한 공매도 투자자는 데이터섹션이 텐센트, 싱가포르 투자사 ‘퍼스트 플러스(First Plus)’와의 관계를 통해 미국의 수출통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데이터섹션 측은 “모든 법규를 완벽히 준수하고 있으며, 미국 상무부와 엔비디아로부터 GPU 사용 승인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존 엘리스 부시 주니어 등을 이사회에 영입하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이시하라 CEO는 향후 미·중 관계 변화로 사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최악의 경우라도 (새 고객을 찾기 위해) 운영을 멈추는 건 일주일 정도일 것”이라며 “이 칩들은 매우 매력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