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걷지 않는다…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지금은 저속노화 시대③]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년내과 교수 인터뷰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한국 사회가 ‘운동 부족 국가’로 변하고 있다. 자동차 출퇴근, 배달 서비스 일상화, 책상에 앉아 있는 장시간 노동. 이런 생활습관이 하루 평균 걸음 수를 급감시켰다.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요즘은 하루 5000보도 걷지 않는 사람이 허다하다. 운동 부족이야말로 노화를 빠르게 앞당기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진료실에서 본지와 만난 최 교수는 “자차로 출퇴근하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다. 하루 5000보 미만이면 실제로 활동량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으로 분류된다”며 “이 생활이 반복되면 젊은 사람이라도 몸속에서는 이미 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행량 감소는 단순한 체력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최 교수는 “걷지 않으면 보행 기능이 떨어지고 외출 자체가 줄게 된다. 결국 관절이 굳고, 근육량이 줄고, 식욕 저하, 대사질환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40대 이후 관절염, 근감소증, 심혈관 질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운동 부족이 깊게 작용하고 있다. 최 교수는 “30~40대부터 심폐지구력, 근력의 개인차가 확연히 벌어지는데 운동 습관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저속노화(Slow Ag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30대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나이와 관계없이 노화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운동 없는 저속노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젊었을 때 저속노화 식단을 철저히 지켰다고 해도, 실제로 노화 속도가 느려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현재까지는 ‘건강하게 먹으면 좋을 것’이라는 추정에 가까운 수준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막대한 비용과 비윤리성 문제로 인해 설계 자체가 어렵다. 실제로 유전적 요인이 같은 쌍둥이를 상대로 한 명은 저속노화 식단을, 다른 사람은 일반 식단을 먹는 등의 연구가 돼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선 만성질환 관리도 지속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로 목표 수치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저속노화 식단을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혈당과 혈압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식단이나 보조제에 집착하기보다는 일주일에 두 번, 헬스장에 가서 30분만 운동하는 것이 큰 변화를 만든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몸을 조금이라도 꾸준히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하나 중요한 실천 과제로 금연은 필수다. 최 교수는 “미국 국가고시에서도 ‘생명 연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습관’으로 금연을 꼽는다”며 “몸에 좋은 것을 추가하려 애쓰기보다 몸에 나쁜 것을 줄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노화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문제는 얼마나 건강하게 늙을 수 있느냐다. 생활 속 작은 변화들이 결국 노화 속도를 바꾸고, 삶의 질을 지켜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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