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골든타임’ 석유화학, 정책 동력 약화 우려 [尹탄핵 인용]

상반기 중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 후속대책 발표 예정
탄핵 후 정국 혼란으로 정책 추진력 약화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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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지나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변수를 맞닥뜨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 공백으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해 과거처럼 구조조정의 적기를 또 한 번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사업재편 컨설팅을 마무리하고 이달 중 결과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상반기 후속 대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의 주요 석유화학 회원사들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예외 조항 신설, 실증 시설 지원,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컨설팅 보고서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유도하고 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정부의 주도적 역할보다 기업들의 자율 구조조정을 측면 지원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샀다.

정부의 후속 대책에는 기업들의 속도감 있는 사업재편을 가능하게 할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담길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구조조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 대형 빅딜이 이뤄지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청사진을 그리고, 공정거래법 개선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정부에서 추진된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기업들의 비협조와 대통령 탄핵 등으로 흐지부지됐던 사례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016년에도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고순도 테레프탈산(TAP), 폴리스티렌(PS), 폴리염화비닐(PVC) 등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대형 M&A나 설비 통폐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기업들이 구조조정 대상 품목의 생산 감축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결정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해 말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했고, 기업들의 자발적 구조조정만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침체로 구조적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의 공격적 증설까지 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생존을 위해 보다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은영 삼일PwC경영연구원 상무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어 자사 이익을 위해 구조조정에 비협조적으로 임할 수 있다”며 “범용 제품 생산 기업은 1~2개로 통합해 생산 물량을 몰아 가동률을 높이고, 개별 기업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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