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와 관련된 놈 잡아 족치면 사실로 확인될 것”
선관위 직원 체포‧양심고백 글 게시 등 팀별 임무 분담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이 비상계엄 수개월 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와 직원 체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문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계엄에 적극적으로 공모‧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17일 본지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문 사령관 공소장’에는 선관위 장악과 관련해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문 사령관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지시 정황이 담겨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14일 문 사령관에게 “노 전 사령관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며 조만간 비상계엄이 선포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
그러자 문 사령관은 정보사 김봉규‧정성욱 대령에게 특수임무 수행요원(HID)을 각 15~20명씩 선발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또 11월 5일에는 정 대령에게 ‘다음 주쯤 중요한 일이 있으니, 종전에 추천했던 인원들의 휴가 계획을 알아보라’며 명령을 하달했다.
이후 11월 17일 안산시 한 햄버거 가게에서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과 정 대령에게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다.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복면 등을 잘 준비해둬라”고 지시했다.
이에 문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일단 체포 관련 용품을 구입해오면 내가 돈을 주겠다. 장관님 지시이니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 사령관은 11월 19일 두 대령에게 최종 선발된 요원 40명의 명단을 보고받았다.
12월 3일에는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1시간 30분 전부터 문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요원들이 선관위 인근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실탄 총 100발과 탄창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정 대령은 정보사 요원들에게 체포 대상인 선관위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불러 주며 ‘해당 인원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령은 이들에게 4~5명씩 팀을 구성해 각 임무를 하달하기도 했다. 팀별 임무는 △선관위 직원 수방사 벙커 이동 △선관위 방송실 계엄상황 고지 △체포 직원 조사실 확보 등이었다.
심지어 선관위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관련 신고 및 양심 고백을 하라는 내용의 공지 글을 게시하는 임무, 선관위 직원 조사 시 대상자의 위협을 가하는 임무 등도 부여했다.
문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계엄 당일 김 전 장관에게 관련 지시를 받았고, 선관위 직원에 대한 체포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소장 내용과는 정반대 진술을 한 셈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6일 문 전 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뿐 아니라 순차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검찰이 판단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수 수도방위사령관 등 주요 군 장성들도 모두 구속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