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수요 훈풍 탄 K-전선, 미국 공략 가속도 [트럼프 2기, K제조업 다시 뛴다]

입력 2025-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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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공식 취임했다. ‘트럼프 노믹스’ 시즌2가 현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갈등으로 시작된 자유 무역주의 쇠퇴가 가속화하고, 글로벌 무역전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한국 제조업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연초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고 밝힌 것처럼 국내 제조업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최고조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 이에 이투데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격화될 글로벌 제조업 경쟁 속 우리 기업의 현 주소와 생존 전략을 살펴보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편집자주>

빅테크 몰린 미국 전력 인프라
2023년 기준 7년 내 217배 필요
기존설비도 절반이 교체 주기

올해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 미국 전력망 시장이 새로운 유망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도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0일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수요는 지난해 60기가와트(GW) 수준에서 연평균 22% 증가해 2030년에는 171GW까지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전 산업에 걸쳐 AI 도입이 가속화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맥킨지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2030년 기준 전체 데이터 센터 수요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3개 기업의 지난해 3분기 자본지출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6% 증가했는데, 투자금 대부분이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에 투입됐다.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자료제공=LS전선)

데이터 센터 내 전력 사용량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웰스 파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 수요는 2023년 3테라와트시(TWh) 수준에서 2030년 652TWh로, 217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기를 데이터 센터에 보내는 전선을 제작하는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폭발적인 시장 수요 대비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 ‘CES 2025’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시장에서 전선은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고, 그룹 전체적으로도 잘될 것”이라며 “어느 정부든 우리가 잘 준비하면 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LS전선은 1조 원을 투자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최대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장을 짓는다. 높이만 200m에 달한다. 4월 공사에 착수해 2027년 준공할 계획이다. LS그룹의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최근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 성공하기도 했다. LS전선은 미국을 포함해 해외 현지 사업을 확대해 2030년까지 매출 목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LS일렉트릭 역시 미국 시장 초고압 변압기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9월까지 부산 사업장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연간 2000억 원 규모였던 생산능력을 7000억 원 수준까지 높인다. 미국 현지에서도 생산 기지를 만들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미국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현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대한전선이 생산한 초고압케이블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자료제공=대한전선)

대한전선 미국 현지 판매법인 T.E.USA는 지난해 11월 미국 서부 지역에서 케이블 장기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최장 3년 동안 최대 900억 원의 케이블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동부에서도 약 200억 원 규모의 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대한전선의 지난해 미국 시장 내 총수주액은 7200억 원을 넘겼다. 이는 대한전선이 북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22년의 연간 수주액(약 4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데이터 센터 수요 확대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가 전력망의 절반 이상이 교체 시기인 40년을 넘어 신규 전력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국내 전선 업계에는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시장이 됐다.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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