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양극화 우려되는 K바이오

입력 2025-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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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이 끝일 거라 생각했는데 시작이었습니다. 그나마 기업공개(IPO) 과정이라도 무사히 마쳤단 점을 위안으로 삼습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한 바이오기업 대표가 털어놓은 속내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이후 좀처럼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금에 목마른 기업들의 수심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회원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의 가장 큰 이슈로 ‘바이오 투자심리 위축’이 꼽혔다. 산업 현장의 가장 큰 애로사항도 ‘자금 부족’을 꼽았다. 바이오업계의 돈맥경화가 굳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시장은 2023년 초에도 낙관론을 제시했다. 다만 개선시점은 질문할 때마다 조금씩 미뤄졌다. 상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던 전망은 하반기가 됐고, 다시 하반기에서 올해가 됐다.

그러나 올해 대내외적 환경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취임을 앞두면서 정책적인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의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선뜻 손을 뻗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오기업들은 꾸준히 IPO를 추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에만 21곳의 바이오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신규 상장 기업 업종 중 최다 규모다. 신약 개발 기업뿐만 아니라 진단, 의료기기, 위탁개발생산(CDMO)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진출한 점이 눈에 띄지만,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다수다. 올해도 20개 안팎 기업의 IPO가 예상되지만, 차가운 시장 환경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물론 침체 속에서도 ‘잘 나가는’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고 있다.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모였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초부터 단일 계약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원대 위탁생산(CMO) 수주를 성사시키면서 탄탄대로를 걷는 중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최대 희망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술이전에서도 쏠림 현상이 보인다. 리가켐바이오로직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컨쥬올’로 지난해 10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약 1조 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추가했다. 알테오젠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로 2월 미국 머크(MSD)와 6000억 원대, 11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4000억 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우리 사회에 퍼져나가는 양극화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올해 업계 전반에 온기를 가져다줄 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투자 경색에 허덕이는 K바이오는 부익부 빈익빈의 굴레를 짊어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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