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차익실현 매물 쏟아져
“미 우선주의 심화 땐 호재” 시각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IB)인 블랙록과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 통신이 2일(현지시각) 보도한 ‘2025년 월가 전망의 (거의) 모든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에는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기록적인 호황을 맞이했지만, 올해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역대급으로 불어난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1000만 명, 미국주식 보관금액 1000억 달러 시대, 올해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 양호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미국 월가에서 쏟아진 새해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고는 이미 일부 현실화한 상태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지난달 27~31일 3거래일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81%)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2.61%), 나스닥지수(-2.30%)는 낙폭을 키웠다.
3일 일부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미국 증시는 새해 첫 거래일인 2일에도 일제히 약세로 마감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우상향한 만큼, 연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저조한 판매 실적도 증시 고점론에 불을 지폈다. 테슬라는 지난해 차량 판매량이 178만9226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기준 처음으로 감소한 데다, 시장 예상치(180만 대)도 밑돈 수준이다.
테슬라처럼 지난해 급격히 상승한 주가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기업이 많다면 올해 언제든 조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63% 가까이 올랐던 테슬라는 차량 판매량을 발표한 2일 6% 넘게 급락했다.
이러한 조짐에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시 고점론을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린 데다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발생한 정책 불확실성 등도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 제레미 시겔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S&P500 지수가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말 미국 주식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김성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 S&P500의 12개월 선행(12MF) 주가수익비율(PER)은 18.7배를 평균으로 정규분포를 형성하고 있는데, 현재 PER은 2б배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2025~2026년 S&P500 12MF 주당순이익(EPS)가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역사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임은 틀림없다”고 했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대체로 양호하단 점은 증시 강세 전망을 뒷받침한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확정치)은 3.1%로, 잠정치(2.8%)보다 0.3%포인트(p) 상향 조정됐다. 2개 분기 연속 3%대다.
신규 고용 지표 결과도 양호하다.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21만1000건)는 직전 주보다 9000건 감소해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 모멘텀을 측정하는 블룸버그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점(0)을 웃돌고 있어 경기지표가 양호한 상태임을 시사한다.
여기에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 미국 우선주의가 심화하면 미국 주식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미국 기업들의 합산 순이익률은 18.1%에 달하는데, 이는 무려 1900년 이후 최대에 달하는 전례 없는 수치”라며 “여기에는 호의적인 법인세제와 상품 물가 하락, 건전해진 부채 구조와 이자 부담의 경감, 생산성 개선에 따른 인건비 하락 등이 자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