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7시간을 날아 도착한 싱가포르 창이공항. 이곳에서 차로 10분 가량을 이동하면 GS건설이 건설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초의 빌딩형 차량기지 ‘T301’현장이 펼쳐진다. 현장 맞은편에 있는 운하를 건너면 불과 50m 거리에 싱가포르 소득 상위 1% 부호들이 거주하는 최고급 주거단지가 있다. GS건설은 입지적 요충지인 이곳에 독보적인 인프라 시설을 시공해 또 한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본지가 찾은 T301 현장은 단순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상 이상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연 면적은 87만㎥로 잠실 롯데월드타워 3개를 가로로 나란히 놓은 것과 맞먹는다. 차량을 타고 시속 20㎞ 속도로 둘러보면 한시간 가량 걸리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완공을 8개월 남짓 앞둔 현장에선 막바지 마무리 작업에 열중한 근로자들의 진중한 열기가 가득했다. 현장에서는 작은 쓰레기 하나 눈에 띄지 않았는데, 엄격하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발주청의 기준에 맞춘 꼼꼼한 디테일이 엿보였다. 10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정밀한 시공의 흔적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지하철 차량기지는 3개 노선 총 985량의 지하철, 버스 차량 기지는 총 버스 670대를 수용할 수 있다. 완공 이후에는 지하철, 버스의 간단한 고장 수리나 장비 교체, 세척 등 경정비를 진행하게 된다. 하루동안 운행을 마치고 들어온 차량을 이곳에서 정비하고 아침에 다시 운행을 나가는 식이다. 차량 기지 외에도 오피스, 변전소, 자동 세차장, 폐수 처리장, 변전소 등이 함께 지어진다.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철도차량기지를 감싸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외벽이다. 모듈러 공법으로 만든 21개 타입의 ‘3D 파사드’ 8800여개가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구조다. 각 파사드의 무게는 2.5톤에서 5.5톤에 달한다. 여기에는 환기와 채광 등 기능적 요소에 차별화 된 디자인까지 고려한 GS건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장을 총괄하는 조용호 소장(PD, Project Director)은 “업무를 보는 워크숍 공간이다 보니 오픈 형태로 개방돼 있지 않으면 더울 수 밖에 없다. 3D 파사드 적용을 통해 원활한 공기 순환과 자연 채광, 전력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2015년 싱가포르에서 첫번째 프로젝트인 ‘DTL-2 C911’ 철도차량기지를 완공한 이후 현재까지 총 11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싱가포르 발주청인 LTA와의 굳건한 신뢰관계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준공을 앞 둔 T301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싱가포르 정부 고위 인사들이 수 차례 방문하는 등 관심이 높은 현장이기도 하다. 올해 8월 열린 싱가포르 국경일 기념 행사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완공 이후 국가적 기대감이 매우 큰 셈이다.
조 소장은 “모든 직원들이 아이디어 내고 디벨롭하는 구조계산 과정을 거쳐 이러한 디자인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주처에 증명해 최종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T301 현장은 안전 관리 부분에서도 한 획을 그었다. 방문일 기준 무사고 안전 시공을 통해 ‘무재해 5000만 인시(人時·현장 근로자 전원의 근무시간 총합)’를 달성한 것이다. 이는 LTA가 발주한 건설 프로젝트 사상 최초이자, GS건설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 중 최장시간 무재해 기록이다.통상 대형 현장은 투입되는 인력이 많고 공기가 길기 때문에 안전 관리가 어렵다. GS건설은 T301 현장사무소 옆에 설치된 ‘싱가포르 안전혁신학교’등 체계적인 안전 구심점을 구축해 이렇듯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