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도 신년 운세도 '여기서' 보는 요즘…젠지의 남다른 '새해맞이' [솔드아웃]

입력 2025-01-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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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인 2025년이 밝았습니다. 모두 새해 인사는 나누셨나요?

한국에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곤 하는데요. 부모님 등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는 문화도 있죠. 일본에선 새해 첫날 신사에 가서 참배하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요. 미국에선 성대한 카운트다운 행사를 열고,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라는 간단한 인사를 하며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파티나 모임을 가집니다. 스페인에는 자정이 되면 시계 종소리에 맞춰 포도알을 12개 먹는 전통이 있죠.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전통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통상 전 세계 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건강, 행복, 번영 등을 기원하며 서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과 목표를 세우는 일도 빠질 수 없죠.

시간이 흐르면 전통도 변형되거나 진화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Z세대가 새해를 맞는 방법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거 같으면서도 소소한 변화로 눈길을 끄는데요. 이 중에서 해본 '새해맞이 문화'가 있나요?

▲그룹 우주소녀. (사진제공=스타쉽 엔터테인먼트)

SNS는 곧 일상…새해 첫 노래는 무엇이었나요?

'포토 덤프'(Photo dump). 인스타그램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직접 해봤을 겁니다.

복잡한 방식의 유행은 아닙니다. 단순히 일상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을 한 게시물에 업로드하는 걸 일컫는데요. 사진 한 장, 혹은 영상 클립 한 개씩 올릴 수 있었던 과거 인스타그램 방침이 수년에 걸쳐 바뀌면서 물살을 탔죠.

지난해 3월 인스타그램은 한 게시물에 사진 및 영상 클립을 최대 10개까지만 추가할 수 있었던 기존 캐러셀 기능을 20장으로 대폭 확대한 바 있습니다. 단일 사진보다 피드 하나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는 '캐러셀' 형태의 게시물이 더 많이 노출되고 참여율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합니다.

또 이 캐러셀 기능엔 음악도 추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혹은 게시물의 '감성'과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넣을 수 있게 한 거죠. 마치 배경음악(BGM)처럼요.

Z세대는 디지털 기기와 언어를 태어날 때부터 접하고 함께 성장해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라고도 불립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것,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게재하는 일은 일상과도 같은데요. 과거 SNS가 '플렉스'(Flex)라는 말과 함께 자기 과시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었다면, 이젠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일상과 감정, 경험을 공유하는 자기표현의 장으로 거듭났다는 거죠.

이에 새해맞이도 SNS상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긴박한 순간이 지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에는 갖가지 플레이리스트가 공유됩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새해 들은 '첫 노래'를 인증하는 건데요. 통상 희망이나 행복, 재물운 등을 상징하는 가사가 담긴 노래들입니다. 올해 처음 등장한 유행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Z세대에게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문화죠.

올해도 수많은 이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엔 새해 첫 노래 인증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단골 노래는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빅뱅 멤버 대성의 '대박이야', 우주소녀의 '이루리', 노라조 멤버 조빈의 '듣기만 해도 성공하는 음악' 등이 있는데요. 이 중에서도 2019년 발매된 '이루리'는 멜론, 벅스, 지니뮤직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새해 첫날 실시간 순위(1일 오전 1시 기준)에서 6년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루리 이루리 La / 모두 다 이뤄질 거야'가 반복되는 희망찬 후렴구가 신년 첫 곡으로 딱이라 '새해 첫곡 연금송'으로도 불립니다.

NCT 위시의 '위시'(WISH), 라이즈의 '럭키'(Lucky), 데이식스 멤버 원필의 '행운을 빌어줘' 등도 인기를 끌었고요. 재재, 승헌쓰, 가비가 결성한 혼성그룹 재쓰비의 '너와의 모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차트를 역주행하는 곡들이 숱하다 보니,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들도 지난달부터 '새해 첫 곡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이는 등 수요에 발맞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새해의 첫 일출 감상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미처 '일출 맛집'에 가지 못한 이들은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다른 이용자가 올린 일출 인증 사진을 보고 댓글로 행복을 기원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죠. 장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주된 맥락은 같은 모습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년 운세 어떨까?…사주 보러 오픈런하고, 온라인 점집도 인기 ↑

신년 운세도 빠질 수 없죠. 타로부터 사주, 신점 등 점술 문화에도 발을 딛는 Z세대입니다.

당초 점을 보는 행위는 기성세대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청년층 사이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시국이 불안정해지면서, 예능과 영화 등 미디어에서 점술이 흥미로운 소재로 사용되면서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어났죠. 일부 유명 철학관, 점집에선 영업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도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이에 온라인상에 입점하는(?) 점집도 많아졌습니다. 용하다는 점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긴 시간 대기하는 대신 전화나 문자, 다이렉트 메시지(DM), 카카오톡 등으로 비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20대 초중반 무당들도 숱합니다. 직접 찾아가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상담받을 수 있다는 간편함에 이용자들도 늘고 있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도 많아졌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전문가 연결 서비스인 '네이버 엑스퍼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운세·타로·작명'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죠. 이 카테고리엔 1만9000여 개의 상품, 4700여 명의 엑스퍼트(전문가)들이 등록돼 있는데요. 입시·진학·유학(상품 1004개·엑스퍼트 314명), 영양·다이어트(522개·276명) 등과 확연히 다른 수치입니다.

이 밖에도 '점신' 등 운세 전문 앱이 등장하거나 '신한 SOL 뱅크' 등 은행 앱에서도 운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수요가 늘어나자 관련 상품도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Z세대는 유독 운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기도 합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2년 발표한 'Z세대를 중심으로 본 점·운세 이용 실태'는 Z세대에 대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데 관심이 많아 점·운세도 자신을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한다"고 분석했는데요.

다만 맹신이 아닌 재미의 개념입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Z세대는 운세를 통해 자신의 성향·성격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며 "점·운세를 단순 재미로 보는 편이며, 특히 재미로 점·운세를 보는 Z세대 비율이 68.4%로 전 세대 중 가장 높다"고 부연했죠.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선 '올해의 목표' 대신 '올겨울 목표' 뜬다…#winterArc

SNS에 죽고 못 사는 건 미국의 Z세대일 겁니다.

2016년 등장한 숏폼 플랫폼 틱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넘는데요. 이 중 미국 내 사용자만 1억7000명에 달합니다. 또 현재 틱톡을 이용하는 미국 영세기업은 700만 곳을 훌쩍 넘죠. 지난해 한 해 동안 틱톡의 광고 마케팅 및 콘텐츠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242억 달러, 우리 돈으론 약 35조5000억 원을 기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SNS의 성지(?)로 불러도 과언이 아닌 미국에서 어떤 새해 트렌드가 부상하냐는 질문엔, 지난해 10월께부터 인기를 끄는 '윈터 아크'(Winter Arc)를 꼽겠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winterarc' 해시태그는 40만 개, 틱톡에선 60만 개가량을 기록하고 있죠.

AP통신 등에 따르면 피트니스·웰니스 관련 콘텐츠를 게재하는 인플루언서들로부터 시작된 이 트렌드에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새해 목표와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의 새해 목표와 다른 점은 목표 기간이 짧고 이르다는 건데요. 10월에서 1월까지, 초겨울의 춥고 어두운 날씨를 이용해 새해 목표를 앞당기는 데 의의를 둡니다. 2~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목표를 설정하는 만큼 달성하기 더 쉽다는 장점이 있죠.

인플루언서 로라 게일베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윈터 아크 경험에 대한 콘텐츠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매일 걷고, 일기를 쓰고, 피부 관리와 웰니스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매우 혁신적이었다"며 "꾸준한 움직임이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고 그 기간(초겨울)을 훨씬 덜 우울하게 했다"고 후기를 전했죠.

다수의 인플루언서는 10월 1일부터 1월 1일 사이뿐 아니라 올겨울 동안 이 트렌드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본격적인 한겨울에는 일찍 해가 져 낮이 짧아지는 만큼, 혼자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죠. 이 시간 자기 계발에 몰두하고 성장에 힘쓸 수 있다는 조언인데요. 무리하지 않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게 공통적인 조언입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대기업 취업하기', '7㎏ 감량하기' 등 단순하면서도 엄격한 목표를 세웠다면, 요즘엔 '3개월 동안 10권의 책 읽기', '한 달간 주 2회 헬스장 가기' 등 달성하기 어렵지 않은, 소소한 루틴을 비교적 짧은 기간 유지한다는 거죠.

목표 달성 여부보단 꾸준한 노력과 자기 만족에 중점을 두는 새해 챌린지인데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힘들다면 이 챌린지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기 계발은 물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꿀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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