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환차익에 안도’…동학개미 ”이러다 쫄망“

입력 2024-12-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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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학개미 12월 순매수액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환율보다 주가 오름폭이 더 크다. 환율 떨어지기를 기다리다 사면 늦는다.”

“‘포모’(FOMO·뒤처지는 공포)에 국내 주식 팔고, 엔비디아 질렀다.”

최근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카페 게시판에는 치솟는 달러 국면에서 투자방향을 논하는 글이 많다. 불과 몇 달 전 1300원대에서 맴돌던 원·달러 환율이 26일 1464.8원까지 상승(가치 하락)한 데 따른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1500원대도 시간 문제라고 전망한다. 치솟는 달러가치에 투자시기를 두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서학개미 수퍼 달러에도 안 팔아=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들어 25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시장 외화증권 순매수액은 14억8889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찍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할 것이란 전망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 때 미국 주식을 팔면 수익을 남기지만, 미래 가치가 더 높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달러 강세는 기업별로 보면 영향이 다르다. 미국 주식 가운데 내수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주가에는 긍정적이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기 때문에 주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뭉칫돈’은 간접 투자 상품인 해외주식형 펀드로도 몰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 영업일(24일)을 기준으로 최근 한달간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조9313억 원 늘었다. 같은 시기 국내채권형 펀드에도 2조7243억 원이 유입됐으나, 국내주식형 설정액은 1조3618억 원이 줄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미국 증시 흐름이 워낙 좋다 보니 과거 비교적 저가에 환전해둔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더 많이 매수하거나 일부 투자자들은 ‘포모’(FOMO·뒤처지는 공포)를 느끼며 포지션을 늘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학개미 닭 쫓던 개 신세=“요즘 주식 시장은 매일 밑 빠진 독 같이 휘청이는데, 이런 판국에 국내 주식 비중까지 높아서 손해만 보고... 벼락 거지 되는 것 같아서 우울해요.” (개미 투자자 김모씨)

12월 국내 증시가 연일 급등락하자, 현금 비중을 늘린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대로 오를 때부터 뭔가 불안했는데, 욕심부리지 말고 팔아야지”라는 생각에 서둘러 매도했는데 예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동학개미들은 국내 코스피시장에서 2조 원 가량을 팔았다.

그나마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개미들도 달러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KOSEF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 ETF는 10.6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KODEX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10.65%), ‘TIGER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10.55%) ETF 등도 일제히 올랐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달러 선물 ETF인 ‘KODEX 미국 달러 선물’(5.43%), ‘KOSEF 미국 달러 선물’(5.41%) 등도 상승했다. 이 ETF들은 미국 달러 선물 지수를 기초로 삼아, 달러화 가치의 상승에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이던 1460원을 돌파했으며, 상승 우려가 지속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속등하면서 정책당국은 국민연금이 추가 헤지 등의 방안을 통해 직간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환율의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내년 들어 대내외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커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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