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계엄, 경종 울리기 위한 통치행위”…법조계 반응은 ‘싸늘’

입력 2024-12-26 15:52수정 2024-12-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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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측 변호인 “선거 조작 등 의혹 해소 위한 비상계엄”
포고령에 ‘통행금지 제한’ 김용현이 작성…尹이 삭제 지시
‘계엄은 통치행위’ 주장에 법조계 “기본권 침해는 심사 대상”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 이하상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정치 패악질에 경종을 울리고 선거 조작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계엄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 사건은 판례상 사법심사 대상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계엄 당시 형식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점만 따져봐도 위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는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적법하고 정당한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다수당의 횡포로 당 대표의 형사 책임을 면하고자 방탄국회를 열고, 22차례에 걸쳐 탄핵을 발의하고 예산을 폐지해 국정을 없애려고 시도했다”며 “국정을 마비시키는 정당을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고, 검찰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며 “소송이나 수사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특별한 조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핵심적인 두 가지를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유 권한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다만 본래 목적인 ‘경종’을 위해 미미한 병력을 투입하고, 통행금지 제한 등 국민 피해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계엄은 일반적으로 국민에 대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데, 김 전 장관이 작성한 초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함’이라는 목적대로 계엄은 일반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삭제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통치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가지는 만큼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이투데이DB)

앞서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통치행위라는 근거를 들어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외국에 국군을 파견하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가 결정할 일이지 헌재가 사법적 기준으로 심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반면 헌재는 1996년 김영삼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위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령한 데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통치행위인 건 맞지만,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 때에는 헌재의 심판 대상”이라며 본안심사에 부쳤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른바 통치행위론은 헌법학계에선 낡은 이론”이라며 “탄핵심판과 관련해서는 앞선 결정례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헌재가 심사할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해 법원은 일반인이 보더라도 위헌‧위법한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이용하는지를 살핀다”며 “목적 달성에는 논란이 많지만, 누가 봐도 전시‧사변에 준하는 상황에 계엄을 선포한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헌적이다”라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통치행위도 절차나 요건, 형식이 맞아야 한다”며 “국무회의 기록, 부서, 공고 등 절차상 법에 합치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권한 행사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 전 장관 측이 일부 언론사의 기자회견장 출입을 불허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앞서 변호인단은 24일 단체대화방을 통해 일정을 알리며 대화방에 있는 기자들만 기자회견에 초대했고, 이날 KBS와 MBC, JTBC,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등 소속 기자들이 회견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입장을 거부당한 언론사 기자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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