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통화지수, 7년 연속 순손실
선진국 금리 인하에도 트럼프 재등장에 우려 심화
“투자자들, 갈수록 AI나 빅테크만 얘기하려 해”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흥시장 증시 주요 벤치마크인 MSCI EM지수의 올해 상승 폭은 20일 기준 5% 미만에 그쳤다. 지수는 최근 12년 중 11년을 뉴욕증시 S&P500지수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S&P500지수의 총 수익률은 약 430%로, MSCI EM지수의 10배에 달했다. 파키스탄과 케냐, 스리랑카 같은 일부 프런티어 마켓(EM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시장)은 올해 반전을 이뤄냈지만, 주요 신흥국은 여전히 부침을 겪는 모습이다.
UBS자산운용의 사라 폰체크 재무 고문은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AI와 S&P500지수, 매그니피센트7(M7·7대 빅테크 기업)”이라며 “투자자들이 EM에 수건을 던지거나 아예 투자하지 않으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펀드도 울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들어 EM 전용 펀드에서 230억 달러(약 33조 원)의 유출이 발생했다.
한동안 EM은 미국과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탓에 대규모 자금 유출을 겪어야 했다. 주요국들은 코로나19 기간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고자 긴축 정책을 펼쳤고, 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EM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JP모건체이스의 루이스 오가네스 애널리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EM펀드에서 3년간의 자금 유출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소식과 함께 물거품이 됐다. 추가 관세와 무역 분쟁 조짐에 투자자들이 안전한 선진국 시장에 머물기를 원했고, 미국에서의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인해 금리 인하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신흥국들의 자금 조달을 막아섰다. 신흥국들조차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을 겪는 상황이다.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다. JP모건체이스의 EM 통화지수는 7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말레이시아 링깃을 제외한 모든 EM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하락했다. 그중 최소 9개국은 10% 넘게 내렸다.
프랭클린템플턴의 디나 팅 포트폴리오 운용 책임자는 “미국이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진다면 사람들은 밸류에이션을 무시할 것이고 전세를 뒤집기는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EM을 공매도를 위한 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브로드리치자산운용의 브래들리 위켄스 최고경영자(CEO)는 “EM의 손실은 이제 막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이 시장에서의 (공매도) 기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는 공매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