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후광효과’가 사회적 영향 더 커져
범죄 본질·피해자 희미해져
절도죄 수감자, ‘섹시한 범죄자’ 이미지로 모델 데뷔하기도
미국 최대 도시 뉴욕 한복판에서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가 총격 살해돼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뉴욕 검찰은 17일(현지시간)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를 테러 목적을 위한 1급 살인 및 불법 무기 소지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총격살해 사건의 충격도 잠시 뉴욕의 한 호스텔에서 미소를 띠며 웃고 있는 26세 젊은 용의자의 용모가 화재가 되면서 미국 내 여론이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그의 ‘잘생긴’ 외모에 대한 맘(Meme)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에는 만조니를 “영웅”이라며 편을 들거나 “섹시한 암살자”라는 등의 외모를 칭찬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보험료 지급에 인색했던 해당 보험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만조니가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엘리트인 것으로 드러나자 그의 범행을 옹호하는 여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두고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분석했다. 후광효과란 어떤 대상의 한 가지 혹은 일부에 대한 평가가 나머지 전부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외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그의 지능이나 성격, 일 처리 등 나머지 영역에서도 좋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후광효과가 ‘사회적 도적’ 현상과 결합하면 대중은 더 크게 환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잘 생기고, 특히 스펙이 좋은 백인 남성 수감자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살인마로 알려진 찰스 맨슨이 수감됐을 당시 수많은 여성으로부터 ‘팬레터’를 받은 일화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SNS로 인해 이러한 ‘후광효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로 만조니는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와 비교되며 영웅시되면서 사실상 ‘셀럽’ 반열에 오르는 분위기다. 텔레비전(TV)과 신문, 모든 SNS에 경찰서에 수감된 만조니, 교도소 사진, 정장을 차려입은 과거 사진들이 도배되고 있다. 심지어 데이팅 앱 ‘틴더’에 업로드된 ‘식스팩’ 사진까지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용의자인 만조니의 용모가 공개되자 “스타가 탄생했다”며 그를 ‘셀럽’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미국 인기 예능 쇼 ‘퀴어아이’에 출연한 유명 헤어디자이너 조너선 반 네스는 “(퀴어아이) 다음 시즌에는 만조니에게만 집중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고, 또 다른 예능 쇼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에즈라 소사는 만조니를 향해 “시즌 34의 파트너가 돼 달라”며 공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후광효과로 범죄자가 유명인이 되는 사례가 늘어날 때마다 이들이 저지른 범행에 대한 공포와 폭력성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피해자 역시 그늘에 가려지게 된다는 점이다. 텍사스대학의 마이클 텐아이크 범죄학 조교수는 “‘매력적인 외모는 체포와 수감 기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면서 “특히 외모 관리가 잘 돼 있다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만조니보다 앞서 미국 갱단 ‘크립스’ 출신으로 절도죄로 수감됐던 제러미 믹스도 ‘섹시한 범죄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수감 당시의 사진이 화재가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출소 후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