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에 빠진 중소형 증권·운용업계…인력감축에 직원 갈등 등 ‘내홍’

입력 2024-12-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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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시장 악화에 중소형사 위기 봉착
인력감축 이어지며 회사-직원 간 갈등도
계약 연장 불가 통보에 새 일터 찾는 증권맨 ‘발동동’
“중소형사, 내년도 어렵다”

업황 부진 장기화로 중소형 규모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인력감축에 나서면서 연말 증권가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회사를 떠나게 된 이들이 급하게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금전적 문제로 회사와 기존 직원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업황 악화가 이어지면서 내년 초까지 이 같은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테우스자산운용은 올해 직원들과 정규직 해고 및 계약직 전환, 급여 삭감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퇴직자들은 회사가 퇴직자 대다수에게 미사용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연차 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해 회사는 직원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퇴직자들은 갈등의 시발점은 2년 전부터 시작된 인력감축으로 보고 있다. 메테우스자산운용 퇴직자 A 씨는 “정규직조차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다수가 회사에서 잘렸다”며 “이들 대다수가 회사를 떠난 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당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면서 갈등이 지속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메테우스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임직원이 64명에 달했으나, 올해 3분기에는 40명으로 줄었다. 업계는 4분기인 현재는 20명 남짓한 인력이 남아있으며, 리츠사업본부에 아무도 없어 내년까지 리츠 투자·운용 실적이 없으면 리츠 AMC 인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최근 현대차증권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업금융(IB) 부문 인력을 대폭 줄였다. 기업금융(IB) 1·2·3본부를 IB본부로 통합하면서 조직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를 내걸었으나,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로 사실상 인력을 줄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117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유지해왔으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여파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2022년(871억 원) △2023년 535억 원 △2024년 3분기 359억 원으로 줄었다.

최근 증권가에 해당 본부에서 이직하려는 인력들이 제출한 이력서가 다수 등장한 점도 인력감축을 뒷받침했다. 이는 계약직 인력이 다수인 IB 사업부 특성상 통합 본부 소식과 함께 내년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인력들로 추측된다. 현대차증권 내부에서도 이들에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영업점 통폐합 검토 건으로 노사 갈등이 벌어진 교보증권과, 금융당국의 강제 구조조정 조치를 받은 무궁화자산신탁 등 증권·운용·신탁 등 증권가 전방위로 인력감축이 포착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가 중소형사의 실적 악화와 인력감축 등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업 관계자는 “대형사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비교적 실적 방어가 가능했지만, 현실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어렵고 다소 공격적인 사업을 했던 중소형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실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실적 부진으로 인력을 감축하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또다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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