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내수 경기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서울시 주요 골목상권 관계자들은 어수선한 시국 탓에 단체 예약이 취소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고 울상지었다. 일부는 상황이 우려했던 것보다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혼란 여파가 경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예산 조기 집행 등 특단의 대책을 동원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난 10일 홍대·명동 등 도심 주요 상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태언 명동상인회장은 “지난주 소동 이후 단체 관광객이나 회식 예약이 취소되고 또 많이 줄었다”며 “작년 이맘때 백화점 일대에 내외국인들이 방문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수돈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도 “외국인들이 절반 정도 줄어들면서 식당들도 한산해졌다”고 했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내수 경기에 지난주 계엄령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세권 홍대상인회장은 “단체 관광이 막히면서 어려움은 있었는데 지난주 이후로 매출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그냥 안 되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예상과 달리 큰 타격은 없다는 상인도 있었다. 홍대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다는 김모 씨는 “지금이 시기상 수요가 조금 줄어드는 때”라며 “크리스마스에서 연말까지 이어지는 시기 동안 예년에 못 미친다고 하면 탄핵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예정됐던 행사들은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강태언 명동상인회장은 “지금 상황이 빨리 안정돼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행사든지 이벤트든지 취소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도록 해주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오 시장은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소상공인연합회 등 13명의 경제 관련 기관·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실물경제가 악화되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도소매업과 건설업의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유통·소비재 산업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며 식당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는 어두운 소식도 들린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라며 “올해보다 일자리 예산을 1030억 원 증액해 총 41만 개 일자리를 적시에 공급하고, 내년도 계획을 조기 수립해 경제안정 대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저리 특별 자금을 신설, 최대 6개월까지 상환 유예를 추진하고, 전통시장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온라인 특별 할인 판매전과 함께 시설물 점검·보수를 병행하겠다”며 소상공인 지원 방침도 밝혔다. 서울의 경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