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 부진…‘계엄·탄핵’ 불안 겹쳐
상장 준비 기업들, 일정 연기 잇따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금융 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정국 불안이 겹치면서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미루는 모습이다. 다만, 조 단위 대어(大漁)급 기업이 내년 상반기 증시 데뷔를 예고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관심이 모이고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 콘텐츠업체 데이원컴퍼니는 6일로 예정됐던 기관 대상 수요예측 일정을 내년 1월 6일로 연기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사유는 증권신고서 정정에 따른 공모일정 변경이다. 자동차 부품 업체 모티브링크와 반도체 소재 기업 삼양엔시켐은 5일로 예정됐던 수요예측을 각각 내년 1월 31일, 내년 1월 6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 추가 및 보완을 위해 정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시장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 정치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상장 준비 중인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 상장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관 수요예측 등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 신고서를 보완하며 계획을 미루는 모습이다.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이미 IPO를 미루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아이지넷, 오름테라퓨틱스, 아스테라시스는 내년으로 상장을 연기했다. 증권사 북클로징으로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제 둔화, 미국 도널트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국내 증시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주 시장에서는 새내기주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기업은 13개로 이들의 상장 첫날 종가는 평균적으로 공모가 대비 9.6% 밑돌았다. 월말 기준 주가 수익률도 공모가 대비 14.4%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도 새내기주들이 상장 첫날 상장일 공모가 대비 20%를 하회하는 등 시장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어들이 증시 입정을 예고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LG CNS는 5일 내년 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기업가치는 약 6조 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 IPO가 될 전망이다. 조 단위 몸값의 SGI서울보증, 케이뱅크도 내년 상반기 상장이 목표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요예측 시장의 단기투자 등 구조적 문제점으로 한동안 국내 IPO 시장에 대한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 리스크 확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향후 IPO 시장의 흥행 여부는 국내 주식시장의 지수 반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