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시장 충격은 감내 가능
정치 불확실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계엄령과 탄핵 등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이며 대외신인도 하락과 관련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다만,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대응과 전반적인 외환보유 규모, 은행부문의 우수한 자본적정성과 유동성을 감안할 때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단기적인 시장 충격은 감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7일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전문위원은 “계엄령 선포 충격으로 급등락을 보였던 주가지수와 원달러 환율은 24시간 이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계엄 선포가) 국고채 등 시장금리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내수경기 침체가 전망되고,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경제성장에 하방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 전반에 또 하나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엄령 해제 결의 직전 1445.4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기준환율은 (3일 오전 9시 1406.50원) 이튿날 오전 9시에는 1417.50원으로 하락했으며, 현재까지 1415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3일 영업시간 종료 시 331로 마감했던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코스피200 야간 선물시장에서 312.85까지 급락했으나 이후 320~325선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날 2500을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5일을 2441.85로 마감하는 등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는 주요 기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한기평의 분석이다.
실제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전일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4월 전망(2.1%)보다 0.2%포인트(p) 하향한 수치다. 올해 성장률은 2.2%로 전 발표(2.3%)보다 0.1%p 더 낮다.
씨티도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월 1.8%에서 0.2%p 내린 1.6%로 제시했다. 2026년 전망치도 1.7%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2%에서 1.8%로 낮췄고 UBS는 2.1%에서 1.9%로 한국 경제성장률을 부정적으로 봤다. 노무라는 1.9%에서 1.7%로, JP모건은 1.8%에서 1.7%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전망치를 각각 하향 조정했다.
정 전문위원은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과 설비투자 증가가 크지 않고,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주요국의 경기둔화·저성장으로 수출증가율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면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투자자는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전반에 걸쳐 원화포지션 축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고, 교역상대방으로서 한국기업이 갖는 매력도도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