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소동으로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더해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진 탓이다. 밸류업 대표섹터 인 금융주, 통신주는 연 이틀 큰 하락을 맞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5포인트(0.38%) 내린 971.51에 장을 마쳤다. 전일 9.99포인트(1.01%)가 빠진 밸류업 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고질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국정 과제 일환으로 지난 9월 30일 처음 출범했다. 11월 14일(942.46) 최저점을 기록 한 후 점차 반등을 시작한 지수는 이달 들어 반등을 모색 중이었다. 2일 4.52포인트, 3일엔 26.46포인트가 오르면서 이틀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3일 저녁 계엄 소동이 발생한 후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선 이번 계엄 사태로 정부가 밀고 있는 밸류업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한다. 줄기차게 이어가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이번 사태로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불이 켜진 상황으로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면서 “연속성 있게 장기간의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밸류업 종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대표 금융주인 KB금융의 경우 4일 외국인 투자자가 471억 원 매도했으며, 이날은 1753억 원이나 팔아치웠다. 주가도 3일 종가 기준 이틀 만에 15% 넘게 빠졌다. 신한지주도 같은 기간 외국인이 935억 원을 던졌다. 주가도 12% 가까이 빠졌다.
이밖에도 △JB금융지주(-10.66%) △하나금융지주(-9.70%) △우리금융지주(-6.45%) △BNK금융지주(-6.06%) 등도 모두 빠졌다.
또 밸류업 대표주로 꼽히는 통신주도 하락세다. SK텔레콤은 3일 종가 기준으로 3% 빠졌다. 외국인도 116억 원을 팔아치웠다. 같은기간 LG유플러스(-3.21%), KT(-1.95%) 등도 함께 내렸다.
한편, 이미 지난달 19일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 구원 투수로 2000억 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안으로 유관기관과 민간 각각 1500억 원씩 출자해 3000억 원 규모의 2차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총 5000억 원 규모로 밸류업을 밀어주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실제로 종목들이 상승세를 탈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선 앞으로 탄핵 정국에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나오는 등 당분간 정세가 혼란해지면서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중장기적으로 흐르면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기에 코스피가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한국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의 시각도 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