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무고’ 보호에 사용된 공권력…대법 “공무집행방해 해당”

입력 2024-12-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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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무고 유죄 인정…공무집행방해죄는 무죄

대법, 공무집행방해 유죄취지 파기환송
“허위신고 알았다면 안 했을 대응”

▲ 대법원 전경 (뉴시스)

성범죄 피해를 봤다고 허위로 신고한 경우 위계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무고 및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 A 씨는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성과 사전에 합의해 자신을 추행하는 것처럼 상황극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A 씨는 계획과 다르게 상황을 연출했다. 이후 이상함을 느낀 남성은 자리를 떠났지만 A 씨는 경찰에 신고해 강제로 추행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 이에 경찰은 임시숙소 숙박비와 스마트워치를 받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수행했다.

1심은 A 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다만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위계 공무집행방해죄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해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죄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피해자로서 보호받을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허위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 보호가 이뤄질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고의 진위 여부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2심도 무고 혐의는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또한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00시간도 명령했다. 다만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은 허위의 신고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대응조치까지 취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위계로써 경찰관의 112 신고에 따른 사건처리 업무, 범죄 예방 업무, 범죄피해자 보호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A 씨에 대한 무고죄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으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인천지법으로 파기환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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