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정부 상태"…'계엄 사태'에 관가도 패닉

입력 2024-12-04 14:51수정 2024-12-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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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등 정치 일정 별개로 동력 일어…"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긴급계엄 사태에 공직사회도 공황에 빠졌다. 각 부처 장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정부 기능이 정지되는 상황마저 우려된다.

긴급계엄이 해제된 4일 공직사회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대체로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중앙행정기관 고위공무원은 “어제부터 한숨도 못 자고 대기했는데, 지금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관 고위공무원도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일을 벌인지 모르겠다”며 “참 황당하고 허탈하다”고 푸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등 정치적 일정과 무관하게 정부 정책은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필요성을 떠나 ‘윤석열 표’ 딱지가 붙은 국정과제와 개혁정책, 기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은 야당의 협조를 얻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던 한 전직 차관은 “탄핵론이 거세질 때 공무원들은 정부만큼은 흔들리지 말자는 분위기였다. 나름대로 ‘우린 우리 할 일을 하자’는 각오도 다졌다”며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이라는 건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사업들을 말하는 것이지 새로운 정책이나 국정과제를 뜻하지는 않는다. 무너지는 정권에서 누구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공직자들은 정권교체기마다 ‘전 정부 부역자 색출’과 ‘인사 보복’을 경험했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제기되는 마당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장관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행보가 갈리고 있다. 전날 긴급계엄 선포 심의를 목적으로 개최된 국무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여전히 불명확하다. 대부분 기관은 이날 오전까지 ‘확인 불가’를 공식 입장으로 내놨다. 국무회의 적법성 논란(의결정족수), 국무회의 심의 적정성 논란을 우려해 ‘윗선’에서 참석자 공개를 막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런데 오후에 가까워지면서 일부 정부 부처들이 공식적으로 장관의 긴급계엄 선포 국무회의 불참 사실을 알렸다.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긴급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나,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대부분 참석자가 계엄 선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국무위원인 기관들이 입을 맞추듯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비공개하는 가운데 일부 기관들이 불참 사실을 밝힌 것은 계엄 사후처리 국면에서 일종의 ‘출구전략’일 수 있다.

한편 각 부처에는 이날 공직기강 확립을 지시하는 공문이 내려졌다. 복무 관리를 강화하고, 공무원들의 음주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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