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BM 대중 통제… 韓 반도체 지원 사활 걸어야

입력 2024-12-0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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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2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용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대상품목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수출은 31일부터 금지된다. 상무부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 조치를 준수해야 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중국의‘인공지능(AI) 굴기’에 대한 견제 수위가 급상승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 핵심 부품이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 54%, 삼성전자 41%, 마이크론 5%다. 사실상 한국 기업이 양분하고 있다. 수출통제 조치가 뼈아픈 이유다.

최신 제품인 HBM3E(5세대)·HBM4(6세대)의 중국 수출길은 막히지만,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HBM을 전량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판매하는 제품은 사양이 낮은 저가형이고, 매출 비중도 작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양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미국 측과) 협의했다”고 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특정 반도체 장비에도 FDPR을 적용했다. 다만 일본, 네덜란드 등 33개국은 예외로 뒀다. 자체적인 수출 제한 방식으로 미국 규정을 따르기로 합의된 곳들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 명단에 없다.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HBM 통제는 퇴진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천후 ‘관세 폭격’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2기가 내년 1월 들어서면 미·중 마찰의 풍랑은 한결 거세지게 마련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도, 대선 후보 때도 중국을 정조준했다. 정책 실행을 맡을 측근, 참모도 대중 강경파 일색이다. 2022년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장비 수출 금지부터 이번 HBM까지 바이든 행정부 제재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급하게 활로를 찾을 쪽은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전통 우방국들도 다 마찬가지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역량 강화가 급선무다. 지경학 변화에 부응해 기업들은 ‘초격차’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술력에서 압도해야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정부와 국회도 할 일이 많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수적인 송전망 인프라를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통과에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적용을 제외하는 반도체특별법 제정도 더 미룰 수 없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천문학적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도 지급한다. 근로시간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국가 예산이 남아돌아서도 아니다. 반도체, AI와 같은 첨단기술 경쟁에서 밀리면 국가 장래가 캄캄해지기에 다들 절박하게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 태세는 어떤가.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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