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벡·리비옴 등 바이오 기업 임상 속속 돌입…고려대 필두 ‘산학연’ 신약개발 두각
국내 바이오 업계가 염증성장질환(IBD)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성과를 내고 있어 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염증성장질환은 염증과 면역을 조절하는 약물 이외에는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으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큰 시장이다.
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염증성장질환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속속 승인받았다. 기업들은 미국, 호주, 유럽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글로벌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이벡은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로부터 ‘NIPEP-IBD’의 임상 1b/2a상 시험계획(IND)을 지난달 11일 승인받았다. 10월 신청 이후 승인까지 채 1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나이벡은 건강한 성인 자원자 및 경증에서 중등도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NIPEP-IBD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 IND 신청도 준비 중이다.
나이벡은 펩타이드 융합 바이오 기술을 핵심 분야로 내세운다. 펩타이드 치료제는 단백질과 유사한 작은 분자인 펩타이드를 활용해 체내에서 신호전달을 조절하거나 항균, 항염증 효과를 일으킨다.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화합물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부작용이 낮을 것이라는 업계 기대를 받고 있다. NIPEP-IBD 역시 펩타이드 기반 물질이다.
리비옴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LIV001’의 임상 1b상을 지난달 18일 승인받았다. 리비옴은 경·중등도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안전성 및 탐색적 효력평가지표 등을 관찰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호주 HREC에서 승인받은 임상 1a상은 올해 3월에 완료했으며, 안전성검토위원회(SRC) 심의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LIV001은 리비옴이 자체 개발한 미생물 엔지니어링 플랫폼 ‘eLBP’ 기술이 적용된 경구형 생균 치료제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면역 조절 효능이 있는 ‘펩타이드 VIP 유전자’를 발현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개발했다. 리비옴은 올해 5월 중국에 미생물유전자치료제 개발 플랫폼과 LIV001에 대한 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산·학·연 협력 신약개발 성과도 나왔다. 고려대구로병원, 기초과학연구원(IBS), 현택엔바이오는 공동 연구를 통해 염증성장질환 병변 개선에 효과 있는 ‘산화철-세리아 나노입자’와 물질을 위장관 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산화철-세리아 나노타블렛’을 개발했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은 염증성장질환 치료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무기 나노입자를 활용했으며, 철 원소를 도입해 기존 세륨 기반 약품 대비 세륨 함량 및 독성을 낮췄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나노타블렛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급성 전장염을 유도한 실험 쥐에 나노타블렛을 경구투여한 결과, 위장관 손상 완화와 조직 회복 및 각종 염증 인자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금속 기반 나노물질의 임상 진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염증성장질환은 원인이 불분명한 염증이 장 내에 발생하는 난치병으로, 염증의 양상에 따라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분류된다. 환자는 평생에 걸쳐 염증의 악화와 완화를 반복해 경험한다. 만성적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에 타격이 큰 질환으로 꼽힌다.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항염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약제 등을 활용해 염증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시장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조사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세계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67억1400만 달러(9조3650억 원)에서 연평균 3.2%로 성장해 2026년 약 88억600만 달러(12조282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시장은 100개 이상의 자가면역질환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바이오 업계 전문가는 “염증성장질환은 생활습관 변화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치료제 시장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대표적인 치료제로 꼽을만한 신약이 없다”라며 “초기 임상에서 성과를 거둔 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와 라이선스 계약이나 공동연구 등을 추진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