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를 보려면 수출과 내수를 종합해서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공교롭게도 수출에 중점을 두고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수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전국 소매판매액 지수는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소비가 줄고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 생산도 1% 증가에 그쳐 14분기 만에 최저다. 올해 폐업신고 사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 중 상반기 실업자는 월 2만60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23.1% 늘었다. 전체 실업률과 비교하면 3배나 높은 수치다. 폐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633만 명으로 2019년 3763만 명과 비교해 130만 명이 줄어들었다. 불과 5년 사이에 대전이나 수원 정도의 인구가 생산 가능 인구에서 통째로 빠져버렸다. 우리나라는 2015~2019년의 5년 동안 생산 가능 인구 정점을 찍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의 인구가 350만 명이다. 쉽게 말하면,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대전 또는 수원이 사라졌다. 앞으로 5년 뒤에는 부산이 사라진다. 인구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의 상징성이 낮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소득이 있어야 소비가 있다. 15~64세 인구 감소는 소비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소비의 최전선'에서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다. 다음 희생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는 단군 이래 그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시대를 살게 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은행 대출이 많은 사람은 금리 인하가 반갑지만, 금리 인하의 이유는 내수(소비·투자) 부진으로 인한 국내 경제성장 둔화였다. 금리 인하로 중소기업계는 금융 비용 부담 완화와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히 반겼다. 고금리와 고부채, 내수부진 장기화로 기준금리 인하를 외쳐왔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희망적인 소식인지만 경제가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고 향후 금리 인하에도 한계가 있어 눈에 띄는 회복 속도를 보이기에는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현 정부의 경제인식이 바뀌는 조짐이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개최를 알리며 "숫자와 통계보다는 현장과 국민께서 느끼는 일상이 우리가 만드는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평범한 진리를 기재부가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경제당국이 발표하는 지표경기와 괴리될 수 있는 만큼, 기재부 직원들이 그동안 숫자나 통계에 매몰돼 민생현장과 국민 마음을 이해하는 데 소홀했던 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새 국정 목표로 '양극화 타개'와 '새로운 중산층 시대'를 내세웠다. 대통령 임기는 유한하지만, 한국경제는 무한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