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진단 업계 R&D 및 수출 낭보 속속…팬데믹 이후 다변화 성과
국내 바이오·진단 기업들이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현지 기업과의 연구개발(R&D) 협약부터 인허가 절차까지 속도를 내면서 일부 기업은 조만간 상업화 성과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진단 기술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일제히 해외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진단 시장이 위축된 이후 암 진단, 알레르기 검사 등으로 다변화한 기업들의 투자 분야와 파이프라인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젠큐릭스는 최근 로슈와 디지털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을 활용해 암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상업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공동 시장 조사 △제품 개발 및 원재료 공급 △허가 및 보험적용 규제 대응 △상업화 활동 등 4가지 주요 영역에서 협력한다.
암 진단 분야에서는 비소세포폐암,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을 위한 분자진단 제품을 우선 추진한다. 현재 두 회사는 기존 PCR보다 정확도를 높인 멀티플렉스 디지털 PCR에 기반을 둔 폐암 패널 진단키트, 유방암과 관련된 ‘이나보120(INAVO 120)’ 3상 연구에서 밝혀진 포스포이노시타이드 3-키나아제(PI3K) 억제제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PIK3CA 동반 진단키트’ 등을 공동 개발할 계획 중이다.
노을은 혈액 분석 장비 ‘마이랩 BCM(DMLA with miLab BCM Application)’에 대한 국내 허가와 동시에 동남아시아 및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랩 BCM은 카트리지를 활용하는 체외진단용 자동혈구분석장치로 올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총 백혈구 수, 적혈구 수, 혈소판 수, 헤모글로빈 농도, 헤마토크릿값 등을 측정하고, 혈구의 종류별 분류 및 미성숙 세포 식별도 가능하다. 말초혈액도말검사(PBS)를 대체할 수 있다. 회사는 혈액암 진단 분야로 영역 확장도 추진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프로세스도 진행 중이다. 시설 등록(Establishment Registration)과 △마이랩 플랫폼(miLab Platform) △말라리아 및 혈액 분석 진단 카트리지 2종(miLab Cartridge MAL, miLab Cartridge BCM) △고정 용액(SafeFix) 등 4개 품목에 대한 1등급 의료기기 제품 등록(Device Listing)을 완료했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의료기기 유통 기업과 마이랩 BCM의 공급 및 독점 판매권 부여 계약을 체결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했다.
프로티아는 알레르기 진단검사키트 ‘프로티아 알러지 큐(PROTIA Allergy-Q)’를 유럽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유럽 36개국에 인프라를 형성한 수탁검진기관 신랩(SYNLAB)을 통해 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에 제품을 판매한다. 유럽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초 알레르기 진단장비에 대한 유럽 CE(Conformity European) 인증과 체외진단 의료기기 규정(IVD-R) 인증을 완료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축적한 품질력과 R&D에 대한 투자가 국내외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단 분석이다. 젠큐릭스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하며 외국 시장을 빠르게 개척했다. 노을 역시 코로나19를 계기로 현장진단플랫폼과 감염병 진단 기술 수요가 높아지자 말라리아 진단, 혈액분석 등의 파이프라인을 내세워 업계에서 급부상했다. 프로티아도 여러 유형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출시하며 단기간 내 R&D 역량을 축적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은 2023년 91억2000만 달러(12조7360억 원)에서 2030년 138억4800만 달러(19조3387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바이오·진단 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자금을 확보하거나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이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진단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저발전 국가 시장에서는 감염병 진단,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암이나 만성 질환 검사 수요가 높은 만큼 지역에 따라 세분화한 진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