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20일 고려아연에 대해 유상증자 철회로 자기주식 취득 자금이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기업신용등급(ICR),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하향 조정했다. 'AA+' 신용등급은 유지한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를 상대로 2달째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을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했고,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도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고,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고,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유상증자 계획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위한 1조8000억 원의 자금 유출이 고스란히 재무부담으로 얹어지게 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3170억 원이던 순차입금 규모는 약 1조9800억 원까지 확대한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은 44.6%에서 73.6%로 상승하고, 순차입금/EBITDA 지표도 0.3배에서 1.7배로 증가해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부여된 등급 하향요인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은섭 한국기업평가 선임 연구원은 "고려아연 신용도의 근간인 실질적 무차입상태의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단기간 내 급격히 저하했다"라며 "향후 자기주식 취득에 따른 재무부담을 상당 부분 경감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제시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향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표 대결을 벌이는 등 양측의 경영권 분쟁 대립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여전히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크지 않아 추가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MBK와 영풍 측은 앞서 공개매수 지분 확보에 이어 장내매수 추가 매입을 통해 총 39.8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아울러 지배구조 불확실성에 지속해서 노출되면서 사업안정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사업, 이차전지 소재사업, 자원순환 사업을 주축으로 한 미래사업 등 대규모 Capex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신사업 및 투자계획 등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과정이 지배구조 변화 여부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 선임 연구원은 "MBK파트너스가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인수금융 이자비용을 포함한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해 고려아연의 배당금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동사 신용도 하방 압력 요인"이라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추가적인 재무부담과 경영권의 최종 안정화 여부, 향후 배당정책에 따른 재무안정성 변화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