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실적보다 상업은행 실적이 증시 방향성 좌우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2분기 깜짝 실적 발표로 미국 현지 증시를 비롯해 유럽과 한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가 함께 이틀 연속 반등했다.
미국의 다우산업평균은 13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호재로 2.27% 급등한데 이어 14일(현지시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8300선을 회복했다.
또한 국내 코스피지수도 골드만삭스의 호실적이 알려진 14일에는 소폭 반등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하루 뒤늦게 호실적이 반영되면서 15일에 2.55% 급등해 사흘만에 142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의 호실적이 기조적으로 증시상승을 견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주부터 발표되는 미국 금융주의 실적 발표가 미국 현지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으로, 투자은행의 실적 보다는 대출 중심의 상업은행 실적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단기 주가가 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2분기 미국 금융주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골드만삭스는 '희망'을 던져줬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투자은행의 실적이 아니라 대출 중심의 상업은행 실적 우려에 있다"고 지적했다.
가파라진 수익률곡선 기울기를 고려할 때 순이자마진(NIM)은 개선됐을 수 있지만, 신용카드 및 모기지 연체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 및 부동산 관련 대출 상각 손실액이 계속 증가했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연체율과 관련 상각액의 민감도 분석을 통해 이들 상각액을 각각 추정해 봤는데, 그 결과 1분기 대비 상각 손실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투자은행의 실적이 좋게 나올 수 있지만, 다음 차례로 예정돼 있는 상업은행의 실적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어 흥분할 것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즉 상업은행의 실적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은 다시 경기회복을 의심할 수 있으며, 미국 실업률이 10%를 향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고용 악화 우려와 맞물릴 경우 단기 주가는 상당히 고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를 종합해볼 때 일단은 주식비중을 축소하고 새로운 매수 기회를 노릴 것을 권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판단하는 매수 기회 가이드라인은 코스피를 기준으로 1300선 수준이며, 주가 하락시 매수 대상은 IT와 금융업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주의 실적을 우려해 시장의 조정을 예상하면서도 다시 금융주를 좋게 보는 이유는 3분기 이후 미국 금융주의 실적은 기저효과와 맞물려 인상적인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들어 금융주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자기자본투자와 같은 일회성 성과에 의존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 BoA, 씨티그룹이 모두 자기자본투자 부문에서 수익이 크게 발생했지만, 자기자본투자에서는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수익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금융주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미국의 주택경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택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고, 신용카드, 상업용모기지 등에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추가 부실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금융주들의 위험요인은 여전히 내재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