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개매수 일대기 살펴보니…개미들만 ‘발 동동’[공개매수의 이면②]

입력 2024-10-2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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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994년 7월 삼나스포츠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미국 나이키가 합작법인이던 삼나스포츠를 미국 본사의 100% 단독 출자로 전환하기 위해 ‘공개매수→상장폐지’ 카드를 꺼내서다. 나이키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5만6349원. 공개매수를 발표한 그해 4월 시장가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이었다. 같은 해 7만 원 넘게 치솟았던 주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공개매수가가 최소 5만8000원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개매수가 산정에 관한 규정이 없어 나이키가 제시한 가격 그대로 공개매수가 진행됐다. 결국 다른 선택지가 없는 소액주주를 바탕으로 나이키는 삼나스포츠의 주식을 공개매수로 99.3%(19만3453주) 취득한 후 상장폐지에 성공했다. 그렇게 삼나스포츠와 나이키는 국내 최초의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에도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개매수는 수십 건이 이뤄졌다. 현재진행형인 사례도 많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공개매수가 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으로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상충이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다. 공개매수 관련 이슈가 발생하는 기업마다 주가가 출렁이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이는 일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이마트가 신세계건설 주식을 공개매수 한 뒤 상장폐지 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을 주당 1만8300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했는데, 기존에 더 비싸게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 사이에서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신세계건설 주가는 지난달 30일 1만83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이마트 측은 이달 29일까지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실패하더라도 가격 상향 없이 포괄적 교환 등을 통해 상장폐지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진행한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때도 소액주주의 반발이 있었다. 당시 컨소시엄은 공개매수 가격(주당 19만 원)이 대주주 주식 매입가와 같은 가격이라고 했는데, 실상은 컨소시엄이 오스템임플란트 종속회사 지분을 함께 사들이면서 최대주주에게 1000억 원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줬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경영권 분쟁으로 공개매수 이슈에 휩싸인 기업의 주가 변동이 커진 경우도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공개매수 가능성이 제기되면 주가가 급등해 시세차익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자금이 묶이거나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경영권 분쟁으로 공개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일 18% 가까이 오른 채 마감했다. 당시 개인투자자는 티웨이항공 137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하지만 대명소노그룹이 이를 부인하면서 주가가 급락해 개인투자자 손실이 커졌다. 장중 한 때 4000원에 육박했던 티웨이항공의 주가는 현재 2000원 후반대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출렁이자, 주의 등급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관련 공개매수는 양측의 합의 등으로 분쟁이 종료되거나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어 투자자 유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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