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혼인·출산 의향 반등? 조금만 더 지켜봅시다

입력 2024-10-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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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 증가에 더해 혼인·출산 의향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장기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인구지표와 이식이 개선된 건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현재 상황을 ‘반등’으로 보긴 이르다. 지난해보다 나아졌을 뿐, 여전히 암울하다. 특히 최근 인구지표와 인식 변화를 추세로 보기 어렵다.

먼저 혼인 관련 통계와 인식조사 결과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혼인 통계는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과거에는 혼인신고 시 주택 청약 기회가 줄고 저리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결혼 페널티’로 실제 혼인일과 혼인신고일 간 시차가 있었다. 자녀를 낳거나 주택을 구매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는 게 일종의 관행이었다. 올해부턴 이런 혼인 페널티가 대거 해소됐다. 이 때문에, 과거 혼인신고를 미뤘던 신혼부부들이 혼인신고를 하면서 실제 혼인이 아닌 ‘신고만’ 늘었을 수 있다.

혼인 의향이 실제로 높아졌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14일 발표한 인식조사 결과에서 미혼 남녀의 결혼 의향은 65.4%로 직전 조사(61.0%)보다 4.4%포인트(P) 높아졌는데,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다. 결혼 의향 상승 폭은 오차범위 이내다. 무엇보다 저고위의 조사는 6개월 주기로 두 차례 이뤄졌다. 두 차례 조사로는 경향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통계가 정확하고, 혼인·출산 의향이 오차범위 이상으로 상승했어도 이것이 반드시 저출산 반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출생아 수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합계출산율과 가임여성 수, 혼인 건수다. 현재는 합계출산율은 정체된 상황에 출생아만 늘고 있다. 이는 가임여성 증가에 따른 혼인 건수 증가 효과다. 에코붐 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 1991~1996년생)가 30대 후반으로 진입하면 30대 초반 여성은 감소한다. 가임여성 증가에 기댄 출생아 증가는 지속성이 없다.

무엇보다 혼인·출산 의향과 혼인·출산 행동은 다르다. 혼인에는 상대가 필요하며, 출산에는 부부의 건강상태, 소득·자산 등이 영향을 미친다. 현재는 혼인·출산 의향이 높아져도 실제 혼인·출산은 늘기 어려운 구조다. 미혼여성 수도권 쏠림으로 수도권 혼인 시장에선 여성 간, 비수도권 혼인 시장에선 남성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혼인이 성사된다고 해도 친정과 물리적 거리 증가 등으로 아이를 낳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최근 인구지표 변화나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 필요한 건 혼인·출산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혼인·출산 의향을 높이는 건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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